[역동의 현장을 가다]1. 당진 철강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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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은 현재 상전벽해(桑田碧海) 중이다. 예전의 때를 벗고 서북부 지역인 신평·송악·송산면 바닷가에 철강벨트가 형성돼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동부제강, 동국제강, 휴스틸, 환영철강 등 굵직굵직한 철강업체가 자리 잡았고 그에 따른 100여 개의 철강 관련업체가 둥지를 틀고 있다. '서해안 철강벨트'를 형성한 당진은 수년 안으로 포항이나 광양 이상의 '철강 메카' 신화를 쓸 것이 자명하다.

10년전 '한보철강 쇼크'에 빠진 당진, 한치 앞도 가늠할수 없었던 아픔을 딛고 펄펄 끓는 쇳물처럼 다시 태어났다.

뜨거운 열정의 공장, 당진의 미래가 용광로처럼 끓는다.
추종을 불허하는 '鐵의 벨트'를 꿈꾸며.

철강 메카의 출발을 알리듯 당진군은 올 한해 전국 최다인 267개의 기업을 유치했다.

이 철강산업을 발판으로 군 전체 인구가 13만 5000명을 넘어섰고, 당진읍 인구도 5만 명을 넘어서 지난 11월 시 승격 요건을 갖췄다.

유망 기업이 대거 몰린 송악면 오곡리 일대에는 '이주단지'라는 신흥 도시가 생겨나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지난 97년 한보철강이 최종 부도를 냈을 때 3000여 명에 달했던 직원들은 500여 명으로 줄어들었고 협력업체도 30여 곳이 줄줄이 연쇄부도로 된서리를 맞았던 아픈 상처 위에서 지금 당진은 산업의 쌀로 일컬어지는 철강으로 서해안 철강벨트를 빠르게 형성해 나가고 있다.

◆철강으로 기업도시 리모델링 = 송악면 현대제철소 당진공장 일관제철소 건설 현장. 이곳은 하루에도 수백 대씩 오가는 덤프트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공장들은 이미 터 다지기가 끝나 콘크리트 구조물이 올라와 다음 작업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 곳에는 2010년이 되면 정사각형의 콘크리트 기초 위에 42층짜리 거대한 초고층 아파트 높이(110m)의 용광로 1호기가 세워진다.

바로 당진벌에서 시작하는 현대제철의 꿈이 펼쳐지는 것이다.

고로는 철강업체들의 꿈이자 산업의 쌀을 만드는 시설. 특히 자동차용 고급 강재를 구하기 위해 철강산업에 진출한 현대기아차그룹의 고로 건설 의지는어느 기업보다 뜨겁다.

현대제철은 인수 2년 만에 당진공장을 완전 정상화 하고 2006년 10월 제철소 착공식을 가져 용광로 건설에 뛰어들었다.

여기서 2010년 까지 한 해 400만 톤의 쇳물을 생산하는 고로1기가 완공되고 그 다음해엔 2호기가 완공돼 800만 톤의 쇳물이 생산되게 된다.

계획대로 2015년 3회기가 완공되면 현대제철은 한 해 1200만 톤의 쇳물을 고로에서 생산해 단숨에 세계 6위권 제철소로 올라선다.

자동차 1대에 들어가는 철강재의 양이 약 1톤인 것을 감안하면 1년 동안 800만 대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철강을 생산하는 것이다.

◆부족한 산업단지 = 철강 벨트 덕분에 기존 산업단지의 활성화는 물론 신규 기업이 몰려들고 고대·부곡지구는 입주업체(83개)가 모두 결정돼 가동하거나 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재 철근 125만 톤, 열연코일 480만 톤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2008년에는 열연코일 300만 톤가량을 생산할 예정이다.

2011년에는 향후 핫코일 550만 톤, 후판 150만 톤을 생산하게 된다.

또 입주한 철강업체인 동부제강은 냉연강판 260만 톤, 하이스코는 냉연강판 200만 톤, 환영철강은 철근 75만 톤, 휴스틸은 파이프 50만 톤을 생산하며 동국제강은 향후 후판 150만 톤을 생산하게 된다.

부족한 산업용지를 타개하기 위해 군은 협동화단지 조성을 추진했고, 지난 10월 현재 11개 단지에 91개 기업을 유치했다.

◆신흥 아파트촌 = 서해안 고속도로 송악IC에서부터 신평·송악 곳곳에 자리잡은 아파트 군락이 달라진 당진의 모습을 대변한다.

당진읍 시가지로 들어서면 이 같은 사정은 더해 고층 아파트신축 공사 현장이 사방을 에워 싼다.

신·구 시가지가 공존하는 당진읍은 서해안 철강벨트 형성으로 일약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자 아파트 중심으로 주거환경이 급속히 바뀌고 있고, 원당지구는 신시가지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대략 15개 단지 6000여 세대다. 대부분 분양하면 2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된다는 현실은 당진의 개발 열기를 가늠케 한다.

당진은 2025년에 인구 50만 명을 수용하기 위한 도시계획도 세워 친환경 철강도시를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문화도시로 가꾸겠다는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한편 요식업소도 97년 1088곳이던 것이 2007년 11월 현재 2510곳으로 급격히 2배 이상 늘어나 '대박'이 났다.

읍내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인구 증가 여파로 하루 70만 원 매상은 쉽게 오른다"며 은근히 매출 자랑을 하기도 했다.

철강기업은 이렇게 당진을 산 도시로 탈바꿈시켜가고 있는 중이다.?

당진에 기업이 몰리는 이유

郡, 업체명 붙인 부서 조직 … 맞춤행정 최선


당진군은 지난 7월 다른 지자체에서는 생소한 '현대제철 지원팀'이란 부서를 신설했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원활하게 돕기 위한 군수의 특단에 의해 생겨난 부서로 이 팀은 제철소 공사와 관련한 보상, 민원 중재, 인허가 업무 등을 담당하며 전담하는 맞춤식 행정을 제공한다.

기업과 지자체가 동반자로 상생해야 획기적인 지역 발전이 이뤄진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이 팀의 출발은 '현대제철 발전이 곧 당진의 발전'이라는 공감대에서 출발한다.

이 팀은 기업들의 입주가 폭주하다보니 각종 인허가와 지원업무도 폭주하고 있다.

당진군은 이 지원팀에 이어 지난 8월 말 부곡공단내에 행정지원센터를 개소해 열악한 상황을 타개해 가며 기업 지원에 온 힘을 쏟고 있는데 면사무소 기능을 담당해 불편함을 해소하고 있다.

쇳물처럼 치솟는 제철산업과 인기

당진 신성대학 - 현대제철 산학협력


당진 소재 전문대학인 신성대학은 현대제철과 손잡고 '제철산업과'를 신설 첫 학생을 모집했다.

철강산업 전문 기술인을 양성하기 위해 만든 이 학과는 신성대학을 단번에 주목받는 대학으로 키워 놓았다.

'졸업생 60% 현대제철 취업보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작년 초 80명 모집 정원이 무려 2600명이 지원 32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김재근 학과장은 "4년제 대학도 정원을 못 채우는 상황에서 제철산업과는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제철산업과는 대학과 회사와 긴밀한 협력으로 맞춤형으로 운영하는데 현대제철은 산학 TFT팀을 꾸리며 교과과정 개설에 참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선, 제강, 압연을 국내에선 포스텍 다음으로 정규 교과목에 편입시켰다.

전원 기숙사 생활에 밤 10시 30분까지 열처리, 전기용접기사 등 관련 자격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김 학과장은 "철강기업체들이 늘어나 인력 수요도 빠르게 증가돼 이론과 실전을 겸한 인재를 배출하는 철강 사관학교로 자리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 홍승수 현대제철 공장장
[인터뷰]홍승수 현대제철 공장장
"당진군 고맙습니다"

"특정 개별기업 이름을 붙인 조직이 있는 지자체는 당진군밖에 없을 겁니다." 현대제철 홍승수(50) 공장장은 "당진군의 적극적인 배려와 결단이 기업과 지자체가 동반자로 지역 발전을 견인하는데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지난 2004년 10월 현대제철이 당진공장을 인수한 후 당진군청을 방문해 공장의 정상화 계획을 설명할 때 공무원들이 큰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계획대로 추진될까 우려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지금 보시는 것처럼 제철소 건설을 위한 모든 부문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비쳤다.

2010년 철강생산이 본궤도에 올랐을 때의 변화에 대해 홍 공장장은 "현대제철이 고로에서 쇳물을 생산하기 시작하는 2010년과 2011년부터는 기존의 봉형강류와 함께 열연코일, 후판 등의 고급철판을 생산함으로써 세계 철강업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시장적응력이 향상돼 국내외 철강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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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손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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