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백범 김 구 선생은 "국방력은 외국의 침략을 방어할 정도면 족하고…. 오직 한 없이 부럽고 부러운 것은 깨끗한 자연과 아름답고 개성 있는 문화의 나라를 가꾸는 일이다"고 했다. 요즘 흔히 말하는 '문화강국'을 일컫는 것이다.

'문화강국'처럼 도시 역시 문화적으로 강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

우리 대전은 문화적으로 인근 청주나 전주보다도 뒤떨어졌다고 말한다.

그것은 시민들이 갖는 문화의식이다.

문화의식을 높이는 것은 시민들이 접할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를 많이 구축하는 것이다.

뒤늦게 우리 대전은 예술의 전당을 마련했고 고암(顧菴) 이응노(李應魯)미술관도 올해 마련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충청도가 낳은 또 하나의 세계적 작가 일랑(一浪) 이종상(李鐘祥)의 미술관을 대전에 세우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 역시 대전의 문화도시 육성에 훌륭한 소재다.

그는 대전고등학교 때부터 '루브르동인회' 멤버로 활약하였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거쳐 24세에 최연소 추천작가가 되는 등 지금까지 미술활동을 해오는 동안 한국 미술의 자생성(自生性)을 추구하는 세계적 거장으로 우뚝섰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빚어진 문화충돌이 발생하기 전 고구려 문화 지키기 운동을 전개했고 한·일 영토분쟁을 직감, 독도에 단신으로 들어가 '독도 문화 심기 운동'을 전개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작품활동으로 세계적 찬사를 받았고 특히, 고구려벽화에 대한 열정, 그에 이은 많은 벽화작품은 독보적이다.

전쟁기념관에 소장돼 있는 '광개토대왕 영토확장도', '고구려 고분벽화 제작도', '독도일출' 같은 작품은 민족혼을 일깨우는 강열한 메시지다. 또한 그는 우리 지역출신으로 몇 안되는 명예로운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미술)이다.

흔히 미술하면 서양미술에 비유한다.

그것이 미술을 하는 사람들의 정통으로 되어 있다.

아니면 중국 미술에 비유한다.

그러나 이종상은 이를 거부하고 우리 미술의 자생성을 강열하게 표방한다.

우리 미술은 중국에 비유할 수도 없고 서양미술에 비유할 수도 없는 '자생'이라는 것이다.

고구려 벽화를 보라! 그것이 어떻게 서양미술이고 중국미술인가.

이종상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몇 안되는 현대미술의 족보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복받은 민족이다. 우리 선조가 1500년 전에 그린 그림이 아직도 남아 숨 쉬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슴 뿌듯하다. 한 외국학자는 '벽화는 현대미술의 족보이고 벽화를 보유하고 있는 민족은 핵무기를 보유한 민족보다 훨씬 위대하고 강하다'라고 했다.

따라서 우리 미술의 영역을 개척한 이응노미술관을 세운 우리는 이제 이종상이 강렬히 추구하는 우리 미술의 자생성, 그의 미술의 힘이 되어 주고 생명을 불어 넣는 '원형상' -심지어 미술의 물감 자료까지 고구려벽화에서와 같은 천연자료를 구하고 그림의 탄생과 발전까지 모두 우리 민족 원류에서 찾는- 힘차고 역동적인 이종상 미술혼이 숨쉬는 미술관을 세우자.

그렇게 되면 대전은 문화적으로 강한 도시로 한 계단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이종상 미술관을 대전에 세우자.

<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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