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어느 좌석에서 늙어가며 가장 멋있게 사는 사람 7명, 반대로 가장 욕먹으며 사는 사람 7명이 거론됐다.

인생 황혼기에 사재를 털어 공익사업을 하는 사람, 늙을 수록 교육사업에 열정을 쏟아 붓는 사람… 등등. 사실 많은 사람들이 노년(老年)을 아름답게 보내고 싶어 한다.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는 말년에 정치를 포기하지 않고 욕심을 부리는 것을 '황혼을 아름답게 물들이기 위해서'라고 말했는데 과연 그렇게 황혼이 아름답게 물들여 졌는지는 모른다.

얼마전 유성의 한 목욕탕에서 90세가 가까운 노인이 70대 아들의 손을 잡고 들어 왔다. 그 70대 아버지는 40대 초반의 아들과 5~6세 되는 손자도 함께 데리고 목욕을 했다. 그러니까 4대(代)의 남자들이 한 목욕탕에서 벌거 벗고 목욕을 하는 것이다. 참 보기에 좋았다.

더욱 아름다운 장면은 70대 할아버지가 아버지의 등을 밀어 주고 또 어린 손주는 할아버지의 등을 밀어 주는 것이었다.

정말 그 할아버지는 출세를 하고 돈을 벌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아름다운 늙음'을 누리고 있었다.

지난 달 대전에서 석가헌(夕佳軒 : 대표 김광선)이 주최하는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너무나 유명한 박환영 교수의 대금산조가 100여명의 참석자들을 사로잡았는가 하면 김동운, 김의선의 재즈 콘서트, 특히 피아노로 연주되는 재즈의 현란한 리듬은 아무리 목석 같은 사람일 지라도 몸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렇듯, 국악과 서양음악의 만남,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융합된 뮤지컬은 밤늦게 까지 계속되었지만 시간 가는 것을 잃어 버리게 했다. 그리고 젊은 여성 산악인의 해외 원정등반 기록물 상연… 등등. 정말 내용이 다양하고 알찼다.

이 모임을 만든 사람은 충청남도 최민호 행정부지사다. 1년전 서울에서 조그맣게 문화경험의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너무도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어 매월 정례화한 모임이 석가헌(夕佳軒)이라는 것이다. 엊그제 7월 모임은 금산군 추부에 있는 국내 유일의 산양목장(Mgen)에서 가졌고 8월에는 창립 1주년을 맞는다.

석가헌은 이름 그대로 저녁이 아름다운 집. 그렇다. 우리는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면 아침보다 저녁 노을이 물들때 아름답게 돋보이는 집을 볼 수가 있다. 한옥이든 양옥이든 상관 없이 정원과 뒷산이 어우러져, 또는 출렁이는 바다와 어우러져 저녁 때 아름다운 집은 평화로운 게 특징이다.

그래서 최민호 부지사는 이 모임의 이름을 '석가헌'이라고 했는데 '사람은 저녁이 아름다워야 한다' 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즉, 아름답게 늙자는 것이다. 그 많던 최연소 국회의원, 최연소 장관, 재벌 등등. 눈부시게 화려했던 '젊음'들의 출세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잊혀지는 걸 보면 역시 사람은 저녁이 아름다워야 함을 느낀다.

그러니 '석가헌'은 나이 먹은 사람들보다 젊은이들에게 더욱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이날 모임에는 나이 많은 사람 보다 4~50대 초반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늙음'을 앞두고 '늙음'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로 보였다. 사실 늙었을 때는 늙음을 준비할 시간이 없다.

그 늙음을 준비하는 것은 흔히 노후대책이라 하여 돈이나 부동산을 마련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감성(感性)의 축적' 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결핍되면 심적불안, 우울증 등으로 모든 것을 잃는다. 그런 의미에서 '석가헌'은 평생교육학습장으로서도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저녁이 아름다운 집 - 그 평화는 축복이다.???????? <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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