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12세 이하 세자녀 둔 가정에 지급
할인율 낮고 일부 품목제한 애물단지 전락

"차라리 쓰레기 봉투 한 장을 주세요."

대전시가 다자녀가정 우대 정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꿈나무 사랑카드'의 실효성을 두고 수혜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꿈나무 사랑카드는 출산장려정책의 일환으로 시가 12세 이하 세 자녀를 둔 가정에 지급한 일종의 '생활속 할인카드'.

시행 초기 단계지만 7월 현재 유아 및 어린이 관련시설을 비롯 금융기관, 서비스 업 등 20개 업종에 1300여 개 업체가 '다자녀가정 우대점'에 참여, 카드 소지자에게 할인 및 포인트 적립을 해주고 있다.

셋째 자녀에게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보육료(35개월간 월 20만 원씩)와는 별도로 다자녀 우대카드를 제시할 경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원 등에서 보육료, 수강료, 입소료 등을 일정 부분 할인(면제)해줘 양육비 부담을 다소나마 덜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대전시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4번째로 도입한 다자녀카드의 혜택에 대해 카드 이용자들은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다.

◆'울며 겨자먹기식' 가맹= 다자녀카드 가맹점 등록은 대부분 협회(연합회) 차원에서 단체로 등록, 영세업체의 경우는 높은 할인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같은 업종의 경우 할인율이 하향평준화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주부 안 모(대전 대덕구 중리동) 씨는 최근 우대점으로 등록돼 있는 집앞 상점에 들렀지만 "제과류만 10% 할인해줄 수 있다"라는 말을 듣고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속옷 가게에서도 안 씨는 결재 전 할인을 요구했지만 주인은 한술 더떠 "이미 깎아 준 것"이라며 추가 할인에 난색을 표했다.

◆'생색내기' 할인= 가맹점 대부분은 다른 카드 혹은 기존 할인행사와 중복할인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자칫 있으나마나한 카드로 전락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상당수의 가맹점은 카드 없이도 '말만 잘 하면' 다자녀카드에게 주는 할인율과 버금가는 할인율을 제공하고 있다.

최 모(대전 중구 유천동) 씨는 "다른 카드와의 중복 할인이 안 되다 보니 일부 업체에서는 통신카드보다도 못해 아예 꺼내지를 않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할인을 유도한 대전시나 직접 혜택을 주고 있는 업체 모두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올 초 셋째 아이를 출산한 오 모(대전 동구 낭월동) 씨는 "다자녀 가족에게 관심 가져 준 것에 대해 우선 감사하지만 생활에서 5∼10% 할인해주는 게 와닿지 않는다"라며 "차라리 우리 같은 가족에게는 쓰레기 봉투 한 장을 주는 게 현실적일 것 같다"고 시청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다.

떳떳하게 꺼내들어야 할 다자녀 우대카드가 눈치보며 다시 집어넣어야 하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할인 우대점에 병·의원 포함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는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민간이 순수하게 참여하다 보니 할인율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오는 11월경 설문조사 등을 거쳐 전반적인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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