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5대 '팔불출'이니 3대 '팔불출'이니 하는 말들이 있다. 제이유(JU)그룹으로부터 로비 받지 못한 사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 이름에 못끼는 사람, 대학교수로 대선후보에 줄 서지 못한 사람…. 특히 대학교수의 처신이 눈길을 끈다.

요즘 충남대 학내문제가 일단 진정국면으로 가면서 다음 총장 후보에 많은 교수가 떠오르고 있다.

정말 총장직선제의 폐단을 체험하는데 너무 비싼 대가를 지불한 충남대가 어떻게 만신창이가 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그렇게 분위기를 혁신시키고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를 가져 올 총장감은 누구일까?

어떤 분은 송자(宋梓) 전 연세대총장이나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을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영입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충남이 고향이며 총장재임기간 대학을 훌륭하게 이끌었으니 고향 대학에서 일할 기회를 주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시간도 없고 절차상 벽이 많다. 그런 걸 알면서도 그리고 충남대에 학문연구에 일생을 바치는 훌륭한 교수들이 많이 있는데도 이렇게 말하는 것은 충남대 미래를 걱정하고 새 총장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양현수 총장의 구속으로 야기된 충남대의 상처는 너무 크다.

지난 달 충남대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대학과 관련있는 원로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노안(老顔)의 전임 총장 한 분이 "어떻게 학교가 이 지경이 되었느냐? 참으로 부끄럽고 비통하다"고 고개를 숙이자 모두들 숙연했다. 정말 어떻게 학교가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어느 교육행정전문가는 이번 사태로 충남대학이 상처에서 회복하려면 빨라야 5년, 길게는 10년이 걸린다고 했다. 정부로부터의 각종 지원, 신인도, 지역기관으로부터의 혜택 등 막대한 손실을 본다는 것이다. 요즘 1년이면 얼마나 많은 변화가 회오리 치는가? 타대학들이 달음질 치고 세상은 몰라보게 발전한다. 그런데 5년, 10년이라니… 이 공백을 누가 나서서 최소화 하고 수렁에서 구할 것인가?

문제는 이제부터다.

첫 번째는 기왕 합의한 대로 비상대책 회의와 자문회의를 통해 수시로 가슴을 열고 토의하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당장 발에 떨어진 불은 로스쿨 유치에 학과를 초월하여 총력을 쏟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학교 구성원 모두가 자정(自淨) 운동을 벌여야 한다. 55년 충남대 역사상 처음인 이런 비극 앞에 우리 모두 '내 탓이오'하는 자괴의 마음으로 돌아가 서로 손을 잡고 화합해야 한다.

더욱이 총장의 잘못을 제기한 학장들을 세상 시끄럽게 했다고 원망하거나 언론에 화살을 던진다든지 하는 구성원이 있다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제는 앞을 봐야 한다. 충남대는 지금 용(龍)이 되느냐, 용이 못돼 개천물의 '이무기'로 남느냐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충남대는 6·25의 참화 속에서 충청인들이 가을에 쌀 1말, 여름에 보리 1말씩 거두어 만든 대학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가마니를 짜서 대신 바쳤다. 그렇게 진한 애정이 배어 있는 대학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보는 지역민은 더 없이 가슴이 아픈 것이다.

그러기에 밖에서 총장 자리를 전리품처럼 뺏으려는 사람도 없고 오직?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리더십과 능력을 갖춘 총장이 선출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5월 충남대 개교 55주년을 맞아 '비전은 말로써 이루어지는 형용사가 아니라 땀과 고뇌로 이루어지는 동사'라고 강조했었다. '이무기'가 아니라 '용'이 되기 위해 오늘 다시 그것을 강조하고 싶다.

?<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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