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잠자는 사자'라고 말한다.

러시아는 북극곰.

그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러시아 공항직원이나 관리들을 만나면 왜 러시아를 곰이라 부르는 지 알만하다. 이미 1930년대에 건설한 모스크바 지하철은 '곰'의 극치다. 세계에서 제일 깊은 지하 150~160미터나 파내려간 지하철, 그 가파른 깊이를 이미 그 무렵부터 에스컬레이터가 육중하게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벽에는 모자이크로 아름다운 그림이 벽화처럼 치장되어 있고 레닌이 국제공산당대회까지 열었을 정도의 넓고 웅장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크렘린을 중심으로 모든 지하철이 형성돼 있고 또 환상형으로 연결되어 어느 곳이든 시민들은 쉽게 이동할 수가 있다. 이곳의 효율적인 지하철 이용을 보면 대전시의 지하철 정책이 어떠해야 함을 시사해 준다. 어쨌든 이렇게 곰처럼 미련스럽게 땅속 깊이 지하철을 만든 러시아의 저력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지금 그 러시아가 석유와 가스라는 에너지를 갖고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는 어렵게 돌아온 부(富)의 원천인 에너지를 지켜 과거 알라스카를 미국에 팔아먹은 제정 러시아의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지 말자는 결의가 대단하다. 1867년 미국 영토의 5분의 1, 남한의 15배에 달하는 알라스카를 1에이커에 2센트씩 단돈 720만 달러(약 70억)에 팔아 먹고는 잘 팔았다고 희희낙락했음을 뼈아프게 후회하는 것이다.

이미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가스관을 핵무기처럼 움켜쥐고 미국과 유럽의 속을 썩이기 시작했다. 푸틴은 그 풍부한 천연가스와 석유를 3대 국영기업체제로 개편, 남미 볼리비아처럼 '자원민족주의'로 무기화하여 '오일 머니'(oil money)로 국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한편 유럽과 미국에 대해서는 강력한 통제로 골탕을 먹이고 있다. 그래서 국제 평론가들은 새로운 냉전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역시 러시아는 어슬렁거리다 언제 역습을 할지 모르는 무서운 곰이다. EU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역시 우크라이나·폴란드·그루지야 등 중앙아시아 5개국을 끌어들여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적 송유관 확보 전쟁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수포로 돌아 가고 있다. 푸틴이 직접 중앙 아시아에 뛰어 들어 훼방을 놓기 때문이다.

에스토니아가 러시아 전몰장병 동상을 철거하자 푸틴은 이 나라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보복을 가했고 에스토니아 모든 전산망을 해킹하므로써 혼란에 빠뜨리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러시아를 무시하는 나라에 본때를 보여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연초 유럽에 대한 가스공급이 1주일 이상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 유럽은 러시아가 '심술 궂은 곰'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러시아는 그 어느 때 어떻게 에너지를 무기로 심술을 부릴지 모른다. 문제는 그 심술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자원 민족주의의 폭력 앞에 한국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가.

사자(중국), 곰(러시아)의 맹수들 속에 갇힌 샌드위치 대한민국 - 새로 시작되는 자원냉전시대에 살아남을 대책은 무엇인가?

러시아 사람들은 한국인을 보면 '대~한~민국!' 하며 따닥딱, 손뼉과 함께 월드컵 때의 '붉은 악마' 응원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여 호감을 보이고 식당에서는 우리가요 '보리밭'을 연주해 주기도 했지만 심술궂은 곰의 인상은 지울 수가 없었다.

러시아, 상뜨 뻬체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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