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모스크바에 와서 보니 역시 듣던 대로 러시아는 무섭게 변화하고 있었다. 과거처럼 감자나 빵, 보드카를 사기 위해 식료품 상점 앞에 길게 늘어 선 처량한 모습도 사라졌고 호텔 뒷문으로 드나들며 몸을 파는 여자들도 볼 수 없다. 러시아의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다. 그 변화를 이끌고 있는 50대의 젊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공산정권 60년 동안 긴 동면에 들어 갔던 러시아라는 곰을 깨우고 일어선 푸틴은 두바이의 신화를 창조하는 아랍에미리트와 함께 한 나라의 대통령, 수상,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증인이다.

그는 유럽국가연합 EU가 연평균 1.5~2.5% 경제성장율을 보일 때 8%의 성장률을 과시했다. 임기 중 국민소득 3000불을 배로 올려 놓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켰고 모스크바, 상트뻬체르브르크 같은 곳은 1만 5000불 수준으로 까지 성장했다. 따라서 그의 국민적 지지는 80%라는 고공행진. 3선 개헌이라도 하여 장기집권을 할 수 있는 지지도이지만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래서 더욱 인기가 높다. 이렇게 되니 득실거리던 실업자도 크게 감소했고 외국으로 나가 여기 저기 술집을 떠돌던 아가씨들도 러시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대전의 유천동 텍사스 골목 술집에서 서빙을 하던 예쁜 러시아 아가씨들을 요즘 볼 수 없게 된 것도 러시아 경제가 좋아진 때문이다.

옛날부터 백성들이 제일 바라는 것은 배 부르고 등 따뜻한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제가 그렇게 중요한 것임을 푸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크렘린 붉은 광장에서 실감한다. 붉은 광장에서 만이 아니라 모스크바나 상트뻬체르 같은 도시의 그 옛날 한산하던 거리가 자동차로 가득한 걸 보면 사회주의를 버리고 시장경제를 채택한 이후의 러시아의 변화를 발견한다. 공항에서 모스크바로 들어오는 거리에는 벤츠, 크라이슬러, 도요타 등 세계 각국의 수입차 판매장이 계속 이어진다. 그 가운데는 우리 나라 현대차도 많이 섞여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계속 늘어나는 대형 할인점. 우리나라 롯데 등 대형유통업계도 진출을 서두를 정도로 러시아 사람들의 소비경제가 활기를 띠는 것이다.

또하나 전에 없던 변화는 유명 관광지에 어김없이 간이 화장실을 차려 놓고 돈을 버는 것. 우리 돈으로 1회 사용에 500원이고 1달러를 주면 두 사람이 사용할 수 있다. 카페나 식당에는 음대 교수들이 피아노를 연주하며 돈을 번다. 유료 화장실을 만들고 식당에 찾아가 연주를 하고…. 이제 러시아 사람들을 돈 맛을 알게 된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시장경제를 추구한 러시아의 모습이다. 그 가운데는 항상 KGB 출신 푸틴 대통령이 있다.

러시아 사람들은 왜 푸틴을 좋아하는가? 첫째, 전임 옐친 대통령은 부패했고 술에 취해 춤추다 쓰러지는 장면이 TV로 중계될 정도로 자신의 몸가짐이 늘 흐트러졌으나 푸틴은 단정하며 상대방을 쏘아보는 눈으로 인상부터 신뢰를 줄 수 있었고 둘째, 푸틴은 정통 슬라브족 출신이며 셋째, 국익과 질서를 위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리더십이 강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패한 재벌을 응징하고 체첸사태에서 보듯 경우에 따라 무장탄압을 해서라도 러시아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것. 무엇보다 부정부패로부터 대통령이 초연해야 대통령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푸틴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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