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나 호랑이 등 맹수는 물론 동네 강아지에 이르기까지 동물들은 흔히 자기가 지나는 곳에 오줌을 질긴다.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려는 본능이다.

건설업자들 사회에서 흔하게 쓰는 말이 '연고권'이다. 공사를 입찰할 때 그 땅에 먼저 오줌만 누었어도 연고권을 주장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정치, 특히 선거에서는 이 연고권이 출신 지역으로 둔갑을 한다.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범여권의 대선주자로 떠올랐을 때 정치권에서는 그가 충청도 출신이라는 지역연고와 경제전문가라는 것.

무엇보다 호남+충청의 지역연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그는 신기루처럼 잠시 떠오르다 사라졌다.

지난주부터 사라진 '정운찬의 신기루' 자리를 메꾸기라도 하듯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여권의 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전부터 이야기는 있었지만 22일 '친노 386의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그의 속내가 비쳐졌다고 한다.

이 전 총리는 충남 청양 출신이다. 따라서 호남+충청의 지역구도에 의한 대선전략에 더 없이 좋은 호재로 평가되는 것 같다.

이렇듯 모두들 선거전략상 '충청도'의 연고권을 내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정운찬 전 총장이 그렇듯이 이해찬 전 총리도 정치의 길을 걸으면서 끈끈한 충청도 스킨십은 거의 없었다.

일찍이 서울로 올라가 학교를 다녔고 국회의원도 서울 관악구에서 계속했다.

충청도 사람들은 장관, 국무총리 등 그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질 때마다 아련히 충청도를 고향으로 둔 사람으로 생각할 뿐, 애정이든 미움이든 뜨거운 정을 체험할 기회가 없었다.

따라서 최근 지난 대선에서와 같은 호남+충청의 지역연대가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이라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은 그 스킨십의 온도차에 근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충남 출신 열린우리당 국회의원과 여권, 특히 친노파 386세력권에서는 이 전 총리야 말로 '국정 연습이 필요 없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런 가운데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도 지난주 대선에 독자적 후보를 낼 것과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범여권 통합에 대해서는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범여권 통합논자들에게는 반갑지 않겠지만 심 대표의 4·25보선 당선과 권선택 의원 입당 등으로 충청권 정치기반 확보에 활력을 얻고 있는 국민중심당으로서는 당연한 방향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심 대표가 말하는 독자후보는 심 대표 자신일 수도 있고 외부 영입일 수도 있다. 심 대표의 경우 대전시장, 충남도지사, 그리고 이번 국회진출로 쌓아온 끈끈하고 짙은 충청 지역민과의 스킨십이 가장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심 대표의 정치철학인 지방분권 정치를 위해서도 승패를 떠나 독자적인 대선후보를 내려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지역의 목소리를 담는 후보를 내세우는 그 자체가 지방분권 정치가 아닐까?

사실 정치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과거 자민련에서 보았듯이 대선 후보를 낼 수 없는 정당은 정당의 본질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그것은 정당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이며 정치수요를 스스로 재생산하는 것이 된다.

대선을 앞두고 다시 뜨겁게 거론되는 충청도 역할론과 연고권….

앞으로 충청도 땅에 오줌 한 번 안 누어본 사람까지 무임승차하여 연고권을 주장하고 충청도에서 맨 몸으로 헤엄치려는 사람이 늘어 날 것이다. 충청도 표 값이 자꾸 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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