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평양의 기생, 둘째는 전라도 아전, 셋째는 충청도 양반.

대원군은 조선의 3대 악폐를 이렇게 말했다.

평양의 기생은 예부터 재색으로 유명하여 황진이 스캔들을 비롯, 관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사회 분위기를 흐리는 일이 많았고, 전라도 아전은 동학난이나 춘향전에서 보듯 상전의 이름을 팔아 백성을 수탈하여 원성이 높았다.

충청도 양반은 서원(書院) 철폐 등 대원군이 강력히 추진했던 개혁의 대상으로 낙인 찍혀 있었다.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 헤엄은 안친다', '양반은 냉수 마시고도 이빨 쑤신다'… 등등. 충청도 양반을 나타내는 속담처럼 형식논리로 인한 당쟁의 진원지 충청도가 대원군 마음에 들지 않았던가?

흔히 양반은 본심(本心)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 충청도 양반의 기질이라고 한다.

그것을 어떤 사학자는 충청도가 백제 때 고구려와 신라의 반복되는 침공 속에 그 틈새에서 생존하기 위해 본심을 감추며 살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급기야 그 마음은 백제가 망하자 많은 백제인들이 일본에 건너가 일본 사회의 주류를 이루었는데 요즘 '겉마음과 속마음이 다르다'는 일본의 정신, 즉, '혼네'(本心)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충청인들은 본심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일까?

그러나 여기에 '아니요!' 하고 두 손을 번쩍 든 사람이 있다.

충남 당진출신의 정덕구 전 의원.

그는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고 이번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의 전국구 국회의원까지 되었다.

그런데 당이나 정부의 시책을 그때 그때 예리하게 비판하는 바람에 야당의원인지, 여당의원인지 구별이 안됐다.

확실히 정덕구 의원은 학자다운 소신파였다. 그런 그가 지난 2월 국회의원직을 미련 없이 집어 던지고 대학강단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가 국회를 박차고 나온 직후 서울에서 만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동안 대통령을 만나고 또는 편지나 이메일을 보내며 경제정책의 건의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허사였습니다. 국회 의사당·바닥에 드러눕는 한이 있어도 몇몇 법안 통과를 막았어야 했는데 후회됩니다. 결국 국민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못하는데 세비만 축내는 게 부끄러워 결단을 내린 겁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사람이 정덕구씨는 충청도의 기질과는 달리 화끈하게 자기 소신을 폈다고 거들었다.

그리고 화두는 충청도는 세력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항상 정권의 '조커'(카드 게임에서 그것을 가진 측에 큰 점수를 주어 이기게 하는 패) 역할만 한다고 개탄했다.

정말 우리 충청도는 '조커' 팻놀이만 하고 세력의 중심에는 한 번도 서지 못해서 되겠느냐는 울분도 쏟아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범여권이 충청도를 '조커'패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시비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서게 되고 대전 서'을' 보궐선거에 어정쩡한 여당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했다.

충청도에서 선거에 지면 누구도 대통령이 될 수 없었던 사실, 그러나 이렇게 선거 때마다 이용만 당해온 충청인들의 정치피해의식이 이번에도 통할까?

이제 충청도 사람들도 정덕구 전 의원처럼 확실히 자기발언을 하고 '조커'패가 아닌 중심에 서야 할 것이다.

이리 저리 떠다니는, 아무나 올라 타는 나룻배가 되지 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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