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人蔘 진일보는 요원한가]1)위기의 금산 인삼시장

글 싣는 순서
1) 위기의 금산 인삼시장

2) 진일보를 위한 발걸음

3) 합리적 토론 시급하다

미국과 중국, 캐나다 등이 인삼산업에 뛰어들면서 세계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고려인삼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고려인삼의 위기는 인삼 종주지인 충남 금산에서도 시급한 해결과제로 떠올랐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녹록지 않은 형국이다. 고려인삼의 진일보를 가로막는 요인을 분석하고 합리적인 해결방안과 대안에 대한 토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지만 우리 나라에서 연간 생산되는 인삼은 대략 1만 5000t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80%가 충남 금산에서 수집·유통된다.

굳이 역사서를 들춰보지 않더라도 금산이 왜 인삼으로 유명한지는 인삼 유통량과 2006 금산세계인삼엑스포를 통해 가늠할 수 있고 과학적인 효능 데이터를 통해서도 판단할 수 있다.

중앙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금산인삼은 타 지역에서 생산된 인삼보다 토탈사포닌이나 성인병예방·항암효과를 가진 성분, 혈당강하작용 성분 등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금산인삼이 고려인삼을 대표한다는 얘기다.

미국, 캐나다, 중국 등의 저가 인삼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 명품 인삼이 세계 시장에선 명품 그 이상의 몫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중국 인삼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세계 인삼시장에서 우리 고려인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하로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 추세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인삼(가공)제품시장까지 감안하면 고려인삼의 입지는 5%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고려인삼의 위기는 곧 금산인삼의 위기를 말한다.

인삼 수입쿼터제 시행 이후 중국산 저가 밀수품이 활개쳐 유통시장도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고려인삼의 위기는 100년 가까이 지속되다 1996년 폐지된 홍삼전매제도에 기인하는 것으로 금산인삼 관계자들은 보고있다. 국가가 인삼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가지면서 민간차원의 연구개발이 지연됐고, 그만큼 세계 시장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게 금산 지역민들의 지적이다.

홍삼제조법이 민간에 이전된 건 10년 전이지만 그 사이 한국인삼공사를 중심으로 한 인삼(홍삼)가공제품 유통구조가 형성돼 여전히 금산에서는 수삼과 백삼을 중심으로 한 유통구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캐나다·중국 등 인삼 후발국가의 저가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단 국내 인삼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고급화 시장 공략을 위한 연구개발이 선행돼야 하는데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인삼산업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학문적 논의단계에 머물러 있고 2000년대 이후가 돼서야 홍삼의 단계를 뛰어넘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민간차원에서 싹트기 시작한 만큼 가야 할 길이 멀다.

우리나라가 홍삼 하나로 세계 시장에서 머물러 있는 사이 외국의 한 제약사는 인삼이 가진 특이 성분을 추출한 의약품 하나로 연간 2조 원(업계 추정)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1조 원을 넘지 못하는 우리 나라 전체 인삼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다.

기술집약적인 인삼산업의 필요성을 공감하게되는 부분이지만 여전히 우리 나라 인삼산업은 한국인삼공사를 제외하곤 연구개발 능력이나 사업성 면에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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