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훈 충북보건과학대학교 취업창업지원실장

지방시대, 지방대학의 역할이란 제목은 "다소 식상하다"라고 이야기 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그래서 식상하지 않으면서도 지방의 전문대학이 가지는 역할과 기능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생한 일화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가볼까 한다. 2017년 겨울날 지인과 술자리를 가지던 중 같이 자리하고 있던 지인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당시 그 지인의 자녀가 서울대학교 입시를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대뜸 이 질문을 던졌다. "지방의 전문대학이 왜 필요한가요?" 질문을 받고 다소 기분이 상했었지만 평소에 가지고 있던 나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SKY를 중심으로 줄 세우기를 통해 대학을 서열화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까지의 성적이 좋지 않아서 본인이 가진 능력이 어떤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등 떠밀려 오는 대학일 수도 있고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뛰어나지 않을 수 있죠. 그래서 지방의 전문대학이 더 필요한 것입니다. 명문대 학생들은 대부분은 교수님들이 신경 쓰지 않아도 제 갈 길을 찾는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모든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잠재력을 함께 찾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흥미를 느끼거나 잘 할 수 있는 것을 함께 찾아 우리 학생들이 대한민국의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잘 살아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고등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다음날 그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조금 미안했는지 "지금까지 본인은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었는데, 어제 이야기를 듣고 보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라며 자녀와도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통화를 마쳤다.

2023년 윤석열 정부는 ‘지역대학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지역산업에 맞는 ‘지역인재 양성-취업-정주’ 체계 구축, 지역대학 중심의 창업·산학 협력 강화, 지역 정주형 우수 유학생 유치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대학의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지방대학의 붕괴는 사실상 지역붕괴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되기에 이러한 정책은 시의 적절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참여정부-이명박 정부-박근혜 정부-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NURI사업, LINC, 지역공동기술지주회사, 지역혁신 플랫폼 등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이를 통해 산학협력의 양적 확대와 제도화부분에서 일부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지만 지역산업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이 다소 부족했고, 대학 간 특성화와 협력체계를 구축하는데 분명 한계가 있었다.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 교육자유특구 등 지방시대를 맞이하는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주요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진정성 있는 고민과 함께 지역 대학들의 지역기반 역량을 고려한 특성화 방안 수립이 선행하여야 한다. 또한 지자체는 대학이 지금껏 어떤 노력을 했었는지를 잘 살펴보고 대학별 중점기능과 연계사업 등을 구분해서 지원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지역의 전략산업군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에 대해 지원하는 방안들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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