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규석 충남테크노파크 원장

봄날 햇살이 따사로워 점심을 먹으려고 외곽으로 나섰다가 과거에 잘 나갔던 유치원이 요양원으로 탈바꿈하는 공사현장을 지켜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줄어드니 유치원, 초등학교, 대학순으로 폐교 수순을 밟고 있는 실정이다. 젊은이들도 지방 중소기업에 취업해서 기술을 배우고 일을 잘한다 싶으면 수도권으로 떠난다고 기업하는 이들은 하소연한다.

노동시장에서 수도권이 청년들을 빨아들이고 그래서 지방은 이래저래 사람 구하기 힘들다.

사람과 자원이 왜 수도권으로만 쏠릴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정치 경제 사회 모든 기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은 빈사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이처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일컬어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마태효과’(Matthew effect)라 불렀다.

머튼은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는 마태복음의 한 구절(25장 29절)을 인용해 마태효과라는 말을 만들었다.

머튼은 마태효과가 마치 다다익선처럼 여러 사회계층에서 작동되는 누적 이점의 원리가 된다고 봤다.

누적 이점의 원리란 가난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가난하게 만드는 속도만큼 부자는 더 부유해진다는 것을 일컫는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마태효과는 양의 편포도(positive skew)로 나타나지만 그가 이를 터부시 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태효과는 능률주의와 충돌한다. 물론 과학적 발견이나 발명의 보상시스템과 같은 긍정 요소를 머튼도 인정하고 있다. 부자가 더 많은 부자가 되는 것도 탓할 일은 아니다. 그것이 공정과 신뢰성을 위반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태효과는 다른 이의 몫을 끌어당기는 자기장이다.

그것이 지나치면 경제학에서는 독점이고, 자원분배 측면에서는 집중이고, 사회현상으로는 병리학적이다.

결국 머튼이 제시했던 마태효과의 테제는 자원 집중을 가져오는 사회적 선택 과정을 밝혀 동등한 기회와 자원을 만들어가는 역설의 방법론을 제시하려는데 있었다. 수도권의 유례없는 과밀화, 그로 인한 교통 혼잡과 환경오염,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투자비용, 기업 본사와 투자기업 집중, 이 모든 것들이 누적 이점으로 작용하여 수도권은 더 과밀화되고 그 속도만큼 지방은 시들어가고 있다.

OECD 가운데서도 G7 어느 국가가 대한민국처럼 수도권 일극(一極)의 도시국가 형태로 국가발전이 진행되고 있는가?

대한민국은 이 지나침으로 인해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주한 4월이 지나면 차분히 대한민국의 현실을 진단하고 새로운 처방으로 중장기적 미래를 재설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누적 이점이 병리학적으로 나타나는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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