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돈서 前 석송초등학교 교장

1518년(중종 13년) 조광조에 의해 현량과(賢良科)라는 관리등용제도가 시행되었다. 현량과는 중국 한나라의 현량방정과(賢良方正科)를 본떠 만든,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관리를 선발하기 위한 제도로서, 과거시험이 아닌 학문과 인품이 뛰어난 인재를 천거해 임용한 제도이다.

조선시대에도 이렇게 좋은 정치를 위해 현자(賢者)를 뽑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비록 기득권 세력의 방해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제도를 만들어낸 당시 우리 선조들의 정치력이 놀랍지 않은가? 이제 우리도 현대의 민주적 선거제도를 이용하여 지역의 현자를 선출하여 중앙의 ‘여의도 문법’을 바꿀 때가 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플라톤은 통치자 계급의 목표가 지혜의 덕을 갖추는 것이라고 보았다.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이성을 갈고 닦는 혹독한 훈련을 통해 양성되어야 하며, 그래야 절대적이고 보편적 진리인 이데아(idea)를 통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혜의 덕을 갖춘 자는 곧 철학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플라톤은 이러한 철학자들이 국가를 통치해야 이상국가(理想國家)가 된다고 주장했고, 이를 ‘철인정치(哲人政治)’라고 불렀다.

이제는 우리도 저급한 삼류정치를 청산하고 철인이 정치하는 일류정치 모습을 보았으면 한다. 그러려면 우리가 철인을 알아보는 안목(眼目)이 있어야 한다.

예로부터 사람을 평가할 때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의 네 가지를 살펴보았다고 한다.

신(身)은 상(相)을 보는 것이다. 그 사람의 얼굴 등 모습을 살펴보는 것이다.

언(言)은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거나 그동안 한 말을 검토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짐작할 수 있다. 요사이도 정치인 중에서 그동안 한 말로 인해 설화 혹은 구설수에 오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심지어는 어렵게 국회의원 공천을 받았다가 낙마하는 사람들도 있다. 말을 신중하게 할 일이다.

서(書)는 그 사람의 글씨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모두 붓으로 글씨를 썼다. ‘글씨가 곧 그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글씨에는 그 사람의 품격이 담겨있다. 그러므로 글씨를 보고 그 사람을 평가했던 것이다. 요즘에는 펜글씨 시대이니 펜으로 쓴 글씨를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서(書)에는 글씨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쓴 글까지 포함해야 한다. 그 사람이 그동안 발표한 글을 보면 그 사람의 사상을 알 수 있다. 요즘에도 예전에 쓴 글이 문제가 되어 필화(筆禍)를 입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SNS상에서 표현한 글들이 문제가 되어 결국 망신당하는 사례가 많이 보도되고 있으니 이 역시 신중하게 표현할 일이다.

판(判)은 그 사람의 판단력를 보는 일이다. 그 사람의 삶은 곧 그 사람이 그동안 판단하고 선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 사람의 삶의 궤적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특히 ‘삶의 고비에서 어떤 결단을 내렸는가? 삶의 철학을 갖고 일관되게 살아왔는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일이다.

이제 4월 총선이 얼마 안남았다. 현명한 국민이라야만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신언서판’을 신중하게 살피고 또 살펴서 이번에는 필히 현자를 뽑자. 뽑을 사람이 없다고 자포자기하지 말고 투표장에 나가서 주권을 행사하자! 그래서 꼴불견인 ‘여의도 문법’을 이번에는 꼭 바꾸어 보자. 꽃피는 4월이 ‘잔인한 4월’이 되지 않도록!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