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수(1955~ )

아이클릭아트 제공. 

스티로폼 밥을 먹고
스티로폼 성경을 읽고
스티로폼 칼에 찔리기 전
스티로폼 아이를 낳았다
스티로폼 은행에는 스티로폼 돈이 빼곡하고
스티로폼 실험실에는 스티로폼 유전자들이 흘러다니고
스티로폼 학교에는 스티로폼 선생님들 걸려 있고
스티로폼 늪에는 스티로폼 개구리들 삑삑거리고
스티로폼 모텔에는 스티로폼 텍스들이 바쁘다

스티로폼 골목 안
스티로폼 소주를 마신 사내들이 스티로폼을 게워내고
스티로폼 아내들이 스티로폼 생리대를 버리고
스티로폼 국회에는 스티로폼 생산 예산이 표류하고
스티로폼 스키장에는 소복한 스티로폼 눈 내리는
여기는 스티로폼 공화국

‘공화국’이라는 말은 우리가 추구하는 세상의 절대적 가치라 할 수 있지만. 시어로 쓰일 때 대개는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의미를 드러낸다. 제목으로 사용된 경우로 ‘겨울공화국’이나 ‘서울공화국’이 바로 그 예이다. 이 시 또한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스티로폼 공화국이라니. 하여 이 시엔 공화국 시민으로 스티로폼이라는 단어가 22번이나 등장한다. 어쩌면 이 시는 스티로폼이라는 단어 때문에 쓰인 시라 할 수도 있다. 곧 시어 스티로폼으로 시의 반을 채운 셈이다. 그것은 곧 우리 지구의 반이 스티로폼으로 넘친다는 의미와도 통할 것이다. 그런즉 시어의 지나친 반복은 대개 지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는 반복적 효과를 충분히 자아낸다. 그만큼 스티로폼의 폐해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제 봄이다. 땅밑의 뿌리들이 서서히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얼었던 흙의 차가운 살이 풀리며 찰진 흙 가슴들이 온기를 품고 부드럽게 열릴 것이다. 저 들녘이나 뒷산에도 봄볕이 닿는 대로 풀들은 푸른 눈으로 깨어날 것이다. 그러나 스티로폼으로 채워진 대지에는 아직 봄이 멀다. 그것은 스티로폼을 뚫고 나와서야만 햇살 속으로 힘겹게 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완하(시인·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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