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관(1949~ )

골목길 담장 아래
여자가 앉아
봄나물을 다듬는다

참새랑 쫑알쫑알 노는
늦둥이로 둔 막내가
하냥 사랑스러워
괜스레
아이 이름 한번 불러보면서

갓 깬 솜병아리처럼
삐약삐약거리는 햇살이
하냥 간지러워
해살해살 웃으면서

저녁 반찬으로 먹을
봄나물을 다듬는다

미나리 향기 나는 봄날에
저 여자 옆에 앉아
나도 봄나물을 다듬고 싶다
내 마음도 가지런히 다듬고 싶다

다소 성급한 마음인지 몰라도 우리는 벌써 이 시의 봄날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고 만다. 아지랑이 오르는 봄을 깨우는 나물은 냉이와 씀바귀, 꽃다지와 달래, 질경이 등이 있다. 나물 다듬는 여자와 조금 떨어져 참새와 늦둥이 막내는 함께 놀고 있다. 푸릇푸릇 피어나는 들과 산의 색과 대조되어 햇살은 노오랑 병아리 솜털이다. 이제 막 햇살 쪼이며 삐약삐약 소리가 귀에 선하다. 한낮 햇살은 봄을 간지럽히는 것이니. 여자가 다듬는 나물은 저녁 반찬에 새로운 맛을 낼 것이다. 직장으로 흩어졌다 돌아온 가족들 둥글게 둘러앉아 봄 냄새 가득한 저녁을 나눌 것이다.

시인은 마지막 연에 이르러 스스로 마음을 정리 정돈한다. 하여 미나리 향기 나는 봄날 나물 다듬는 여자 옆에 자신도 앉아 나물을 함께 다듬고 싶다 한다. 그리고 시인의 마음도 가지런히, 가지런히 다듬고 싶다고. 그렇다. 봄은 푸른 나물을 이 세상에 전령사로 보낸 것이니. 사람들은 그 전령사 맛보며 봄을 맞아들이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나물을 다듬게 하여 그들 스스로 마음도 다듬게 하는 것이니. 이제 그 다듬어진 마음으로 우리 이 세상을 좀더 반듯하게 살아가면 어떨까. 그게 바로 봄이다.

김완하(시인. 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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