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식 홍성군의회 의원

권영식 홍성군의회 의원

역사적으로 시장은 단순히 물건만 사고파는 곳은 아니었다. 시장은 다양한 먹거리와 공예품, 의복 등과 같은 지역의 문화를 전시하는 공간이자, 주민들이 함께 교류하며 결속을 다지는 곳이기도 했다. 결국 시장은 오랜 역사와 전통이 스민 지역 고유의 문화를 체현하는 공간인 셈이다. 이것이 우리가 시장 앞에 굳이 ‘전통’이란 단어를 붙이는 이유이며, 침체에 빠진 전통시장을 활성화해야 하는 까닭이다. 전통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기술의 발전에 의한 시대적 산물이기도 하지만, 오랜 관습에 얽매여 사회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전통이란 과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로 이어지며 변화하는 것이며, 전통시장 역시 시대 흐름을 반영해 현대인들이 찾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한다.

한때 문을 닫았을 정도로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스페인의 산미구엘 시장은 ‘시장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연간 4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명소로 발돋움한 곳이다. 산미구엘 시장은 2009년 리뉴얼을 거쳤는데, 시장의 외관은 사면을 통유리로 둘러 외부인들이 시장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으며, 시장 내부 중앙의 넓은 공간엔 여러 테이블들을 배치해 방문객들이 구매한 상품을 자유로이 먹고 마실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사람들이 머무르며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산미구엘 시장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상인 친화적인 운영방식도 한몫을 하고 있다. 시장에는 엄격한 심사 기준을 충족하는 상점만 입점이 가능하나, 입점이 허용된 상점과는 10년 이상 장기 임대계약을 맺어 상인들이 안정적으로 상행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오랜 기간 지역의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곳은 몇 되지 않는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선 시장을 사람들이 머무르고 싶어 하는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상인들이 도전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과감한 정책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시장공영화 정책도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전통시장을 다시 일으키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는 하는 중요한 일이다.‘보존’에는 사라지지 않도록 보호하고 후대에 남긴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전통시장을 소멸의 위기에서 구하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정책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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