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정 한전 동청주지사 차장

올해 2월 인사이동으로 오랜만에 돌아온 우암동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옥 주변은 도시재생사업으로 낡은 건물들이 리모델링되고 현대적인 건물들이 들어서 경관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고 넓어진 길옆으로 들어선 아기자기한 카페와 상점들이 과거와 현재가 잘 어우러져 정감있는 도시의 모습으로 변모해가고 있었다.

우암동과 내덕동은 청주시에서 가장 먼저 현대화된 도시이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며 도시계획이 전무했던 1960년대 초반 성안길은 인구와 행정기능, 경제활동이 집중되어 난개발과 교통혼잡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고 이에 대한 방안으로 제1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시행하여 내덕동 및 우암동 일대를 개발하였다. 시청 인근에 있던 청주역이 우암동 구MBC자리로 이전하였고 행정기관과 기업들도 신시가지로 이전하여 우암동 개발지구는 새로운 상업지구로서 번성을 누리게 되었으며, 1967년 성안길에 있던 한국전력 청주지점도 현 동청주지사의 위치인 우암동에 터를 잡았다. 전력사정이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면서 1968년부터는 "안정적 전력공급"과 함께 "고객만족"을 최고의 경영방침으로 삼아 현재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동청주지사는 청주시 4개구 중 상당구와 청원구를 관할하고 있는데 서원구와 흥덕구를 관할하는 본부 직할 민원실과는 대조적으로 연신 어르신들의 방문으로 북적인다. 시장이 가깝고 교통이 편리해서이기도 하지만 관할구역의 노령인구 비중이 높은 탓도 있다. 우암동과 내덕동의 고령인구 비율은 청주시 전체가 16%인데 반해 내덕동 30%, 우암동 26%로 최상위권에 속한다. 도시와 함께 인구도 같이 나이들어가고 있다. 한전의 민원업무는 크게 민원창구, 고객센터, 한전ON을 통해 이루어진다. 작년부터 한전은 사이버지점을 개편하여 한전ON으로 통합운영하고 있다. 화면이 직관적이고 간편한 민원처리가 가능해 많은 업무들이 한전ON을 통해 처리되고 있으며, 다양한 전기사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어르신들에게는 한전ON 사용은 쉽지 않다. 어플을 깔아드릴라 치면 핸드폰은 인터넷 접속이 느리거나 데이터 접속이 차단된 경우가 많고, 화면이 작아 눈이 어두운 분에게 불편하기 짝이 없다. 최근에는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고객센터 녹취가 필요한 업무가 늘어나 전화연결 지연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디지털 업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어르신들에게는 창구라는 선택지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다른 관공서나 금융기관도 동일할 것이다.

급격히 일상을 파고든 디지털 변환은 노인들의 생존권마저 침해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2월 19일 인권위는 디지털 전환으로 정보취약 계층인 노인이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차별받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특화된 교육을 통한 디지털 정보활용 역량 강화와 이용이 쉬운 디지털 기기 보급 등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디지털 취약계층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해서는 부담없이 디지털환경에 접속할 수 있는 여건이 선결되어야 한다. 단순하고 보기 쉬운 화면의 디지털기기 보급이나 통신비 지원 같은 정부와 기업차원의 다양한 정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저하되기에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이 가능한 방문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가 중요하다. 어르신들께 어플을 깔아드리고 사용방법을 잘 알려드려 지금의 우암동의 모습처럼 어르신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고립되지 않고 현대사회와 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