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세금이란 단어에는 애증이 교차한다. 최대한 많이 걷으려는 쪽과 가능한 적게 내려는 쪽이 상충한다. 프랑스의 한 중상주의 정치가는 "조세 기술은 소리를 가장 작게 내면서 가능한 가장 많은 거위의 깃털을 뽑는 것과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실제 상반된 두 지점과 욕망이 충돌하면서 갈등을 빚고 역사를 바꾼 사례도 적지 않다. 저명 화학자 라부아지에는 프랑스 혁명 당시 세금 징수원이었다는 이유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다. 미국 남북전쟁도 노예해방을 둘러싼 입장차이보다 세금을 둘러싼 갈등이 주된 원인이었다는 게 일부 역사학계의 진단이다.

애증이 교차해도 세금이 문명의 기본 동력이자 공동체 유지의 근간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인류 역사는 세금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원전 2500년 전 수메르의 점토판에도 세금 영수증의 기록 남아 있다. 심지어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시발점이 됐던 로제타석에도 세금 관련 내용이 기록돼 있다고 한다. 눈에 띄는 사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평한 과세가 세금의 화두였다는 점이다. 고대 잉카에서는 극빈층에게 사람 몸에 기생하는 이로 세금을 대신하도록 했다. 18~19세기 영국은 집에 달린 창문의 개수로 과세의 기준을 삼기도 했다.

예로부터 누구에게 얼마의 세금을 부과할 것인지는 국가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특히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평과세, 혹은 조세공평주의는 조세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꼽힌다. 역사적으로 공평과세는 사회적 정의와 경제적 균형을 유지한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의 소득, 부의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모든 시민과 기업이 자신의 경제 능력에 따라 공동체에 공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공평과세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원리에 근거한다.

첫째, 능력에 따른 사회적 공헌이다. 조세 부담은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능력과 연관돼야 한다. 즉, 소득이나 부의 축적이 많은 사람들은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둘째, 평등성이다. 특정인이나 특정 계층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적용되지 않고 비슷한 경제적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 걸맞은 세금 부담이 필요하다. 셋째, 경제적 효율성이다. 공평과세는 경제적 왜곡을 초래하지 않도록 조절돼야 한다. 다시 말해 세금 체계가 경제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넷째, 법적 공공성이다. 조세 체계는 법적으로 공평해야 하며 모든 시민과 기업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규칙을 가져야 한다.

3월 3일은 납세자의 날이었다. 대전 유성구는 공평과세를 원칙으로 지방세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체납자의 부동산 및 자동차 압류·공매, 고액 체납자 명단 공개, 출국 금지 등의 행정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대신 납부 의지가 있는 영세기업, 서민 체납자에 대해서는 체납 처분을 유예하고 경제활동을 지원한다.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평과세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부 정책과 납세를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이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구도 공평과세는 물론 불평등 해소와 경제적 격차를 좁히는 일에 더 많은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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