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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점심시간에 식당가를 걷는다. 메뉴가 합의되지 않은 날엔 눈알을 굴리기 바쁘다. 맛있어 보이는 집을 찾는다. 그러다 사람들이 줄 서있는 식당을 발견한다. 호기심에 간판을 본다. ‘일본어’로 쓰여있다. 그다음 집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간판을 보니 또 일본어다. 뭐 파는 곳인지는 몰라 갸우뚱댄다. 메뉴판을 봤더니 역시나 또 일본어다. 파파고를 꺼내기 귀찮다. 사진으로 대충 때려 맞춘다. 동료들에게 “줄 서면 일본이여”라는 우스갯소리를 던진다. 씁쓸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같은 외국어 간판이라도 다른 취급을 받는 존재가 있다. ‘중국어’다. 얼마 전, 경희대 상권에 중국식 간판이 난무한다는 기사를 봤다. 거기엔 “무섭다”는 반응이 많았다. 사실 이 대학은 중국 유학생이 많은 편이다. 이로 인해 ‘차이나 타운’이 형성된 것이다. 이 간판들이 다른 대우를 받는 이유는 호감도 차이 때문이다. 최근 일본 산케이신문의 설문조사 결과 ‘일본에 호감이 간다’는 한국인은 44%였다. 이는 전년도보다 4.1%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미국 온라인매체가 조사한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77%로 나타났다. 심지어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는 ‘중국’이었다.

☞음식은 ‘논외’인 듯하다. 젊은이들의 최애 음식 중 하나는 ‘마라탕’이다. 탕후루 역시도 인기 음식이다. 한 동네에 탕후루 집은 서너 개씩 있다. 거리에서 학생·청년들이 탕후루를 먹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중국 간판은 무서워도 ‘마라탕 간판’은 반길 거라 생각하니 실소가 나온다. 사실 중국어·일본어 뿐만이 아니다. 젊은 층이 붐비는 거리에는 외국어 간판이 즐비하다. 영어·태국어·프랑스어·베트남어 등등 많다. SNS에서도 외국 간판을 찍어 올리면 ‘힙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요즘 사람들은 ‘외국’에 대한 갈증이 늘 있어 보인다. 그걸 해외여행을 통해 풀 수 없는 경우엔 ‘이국적인 식당’이라도 가는 게 아닐까. 그러다 보니 SNS 인기 키워드엔 ‘외국 감성’, ‘이국적’이 빠지지 않는다. 사진만 보면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시간이 되면 외국으로 나가고 시간이 안되면 외국스러운 식당에 간다. 그게 요즘 사람들의 ‘멋’이자 ‘맛’이다. 사실 외국어 간판은 죄가 아니다. 좋다는 의견도 분명 있다. 다만 한글 간판이 아예 자취를 감출까 우려는 된다. 간판으로 한글 공부를 하던 내 어릴 적이 괜스레 그립다.

김윤주 뉴스플랫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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