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애경(1956~ )

하늘을 지우고
산을 반 지우고
내려오는 눈이
창에서 나를 들여다보네

안에 엄마 있나
창에 매달려 방안을 들여다보던 아이들이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선득선득한 목덜미를 움추리면서
밑으로 밑으로
떨어져 내려가네

우리 엄마는 중환자실에서
액체를 몸에 넣고
액체를 몸에서 빼내는
수많은 줄과 바늘에 꽂혀
2주일째 누워 계시네

물 한 방울 엄마 입에 넣어 줄 수도
손 한번 잡아드릴 수도 없네

이렇게 이별할 수는 없는데
60여 년 날마다 함께 일어나 밥 먹고
함께 자던 엄마를
이렇게 보지도 못하고 보낼 수는 없는데

겨울의 스산한 날씨에 아파트 흰 색상은 싸늘함과 단절감을 고도로 응축시켜 놓는다. 그럴 때 펑펑평 눈이라도 내린다면 그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맨발로 달려나가 그 고운 눈밭을 달리며 뒹굴고 싶지 않은가. 그러나 시인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시인은 그 눈송이들이 창에서 자신을 들여다본다고 했다. 마치 안에 있는 엄마를 찾으려 분주한 아이들처럼. 하늘의 소식을 안고 땅으로 내려오는 송이 눈은 엄마를 향해 달려가는 아이 모습이다. 하여 시인은 중환자실에 있는 엄마를 떠올린다. 엄마는 지금 그곳에 수많은 줄과 바늘에 꽂혀 2주일째 누워 계시다. 그는 엄마 입에 물 한 방울 넣어드릴 수 없고, 손도 한번 잡아드릴 수 없다고 자책한다.

그렇다, 엄마는 우리가 백 살이 되어도 엄마 아닌가. 나를 낳아주신 분, 그 큰 대지 아닌가. 하여 내 맥박 속으로 호흡과 생명을 불어넣으시고 온기를 채워주신 분. 그분 앞에서라면 우리 백 살이 되어서도 천둥벌거숭이 아닌가. 하늘에 날아가는 참새를 잡아달라며 떼를 쓰고 재롱부려야 하지 않겠나. 그러니 엄마가 사라진다는 건 나의 우주가 날아가는 것. 엄마가 돌아가신다는 것은 나의 전부가 사라지는 것 아닌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은 하늘과 이 지상을 끈으로 연결해 인간을 순수로 무장시킨다. 그리고 벌거숭이로 돌아가 한없이 엄마를 부르게 한다. 엄마 품을 찾아 한없이 파고들게 한다.

김완하(시인·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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