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규석 충남테크노파크 원장

서규석 충남테크노파크 원장
서규석 충남테크노파크 원장

우리나라 지역 내 총생산액의 절반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나온다.

불과 전체면적 11.8% 지역에 인구의 절반이 살고, 총생산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인구수가 560만명이던 경기도는 이제 140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서울이 포화상태가 되자 서울 외곽에 신도시가 만들어졌고, 최근 몇 년 사이 용인, 양주, 남양주, 김포 등의 인구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수도권 일극(一極)체제로 과밀화(過密化)가 굳어지고 있다.

반면 지방은 과소화(過疏化)로 고사 직전이다.

산업화 시대에 지방은 국가 수출전략에 따라서 상품을 공급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했으나 기술 변화, 국제분업 등으로 서서히 고사되어 왔다. 1962년 경제개발 이래 울산 미포 공업지구, 마산 자유무역지역, 구미공단, 창원국가산단이 들어서서 수출전진기지로 발전했다.

그러나 50년이 지나면서 산업기술이 사양화되고 기업들이 떠나면서 인구가 이탈하기 시작했다.

구미는 1976년 수출 100억 달러의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침체했고, 2010년 마산 창원 진해는 대응책으로 행정을 통합해 창원시로 발족했으나 그마저도 인구감소로 특례시 기준인 100만명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부산은 1990년 386만명을 기록한 이래 329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충남은 천안 아산을 합쳐야 100만 인구에 턱걸이한다.

이처럼 수도권의 빨대효과로 지방 과소화는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도시는 사람처럼 태어나서 성장하고 발전하다가 서서히 죽어간다.

도시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고, 인구가 감소하면 도시 쇠퇴화가 진행된다.

특히 단일 산업에 의존하던 도시는 더욱 그렇다.

20세기 모타운 디트로이트, 철강도시 피츠버그는 관련 산업이 일본, 한국, 중국 등 아시아로 이동하면서 도시 파산, 지역경제 침체를 겪은 뒤 다시 도시재생의 길을 걷고 있다.

30여 년간 폐쇄되었던 디트로이트역은 드론 정거장으로 활용되는 등 모빌리티 허브로 거듭나는 중이며, 피츠버그도 IT 창업도시로 재탄생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이미 과거의 산업화 시대 도시들이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 중이다.

구미는 최근 반도체특화단지를 통해 부활을 꿈꾸고 있고, 포항은 탄소중립시대에 수소도시, 이차전지 생산도시로 변화 중이다.

화력발전이 몰려 있던 보령, 당진도 수소도시로 변화 중이다.

기존 화력발전 단지를 활용해 수소에너지원을 건축물, 생산시설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시기반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 도시는 자족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충남에서는 매년 24조원 정도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다.

100만원 벌어서 약 19만원은 다른 지역에서 소비하는 역외유출도 결국 수도권으로 돈이 몰린다는 의미다.

기피시설이 지방에만 몰려 있는 점도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화력발전은 충남에 절반이 몰려 있고, 원자력발전은 부산 경남에 집중되어 있다.

수도권을 위해 생산기지로서 희생을 강요하던 틀도 바꿔야 한다.

그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도 하며 의료 학교시설을 충족하는 자기 완결성을 가져야 도시에 사람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산업화 이후 60년이 지났다. 다가오는 시대의 지방도시가 과거의 복사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 존엄성을 높이려면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 중심의 단극자장(單極磁場)을 벗어날 수 있는 틀을 바꿔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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