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범 단국대학교 정책경영대학원 초빙교수

베이비부머 하면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로 전체인구의 14%정도를 차지하며 고졸이하가 70%라고 한다. 필자도 여기에 해당한다. 국민소득 60달러 최빈국에서 3만 5000달러 선진국이 된 오늘까지 꿰뚫어 달려온 오늘의 60대는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풍부한 경험과 역량, 그리고 건강으로 무장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정신력은 건전하고 자신감에 차있다. 그런 그들이 실수한 게 하나 있다. 그것은 자식농사이다.

70년대 전후로 초중고를 다닌 이들은 부모의 보살핌보다 스스로 성장한 세대들이다. 필자의 경우도 대대로 농사짓는 집에서 태어나 학교 갔다 오면 소가 먹을 풀을 베고 휴일에는 농사일을 거들었다. 부모님세대가 배고픔을 면하게 하셨다면 베이비부머들은 그들의 자녀를 대학 보내는 일에 올인 했다. 우리들의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거칠게 키운 탓에 무엇을 하든 밥 먹고 살면 다행이라고 여겼다. 반면 우리들의 자녀들은 공부만 시킨 탓에 내 자식이 1등하기를 바랐다. 우리들의 아내들은 내 자식이 수재라고 생각했고 여기에서 모든 비극은 시작됐다. 엄마의 욕심이 아이들을 극한의 경쟁에 내몰고 맘에 안 들면 선생님들에게 삿대질하고 고발하기도 서슴지 않았다.

학교는 대학가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공부는 학원에서 해결했다. 더구나 정부가 대학을 무제한 늘린 탓에 고등학교 졸업장만 있으면 누구나 대학에 갔다. 이제 그 자녀들이 MZ 세대라는 별칭의 성인이 됐다. IT에서 AI 4차 산업사회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개방적 물질문명과 문화를 흠씬 향유하게 되면서 자아실현을 위해 출산, 육아를 포기하는 이가 늘게 됐다. 더구나 고학력 탓에 이른바 3D 업종을 기피하는 바람에 공장, 노동현장에는 일할 사람이 없어 외국인으로 채우고 우리 젊은이는 철가방과 알바로 생활하는 노동 기현상이 고착화 된지 오래다.

물론 필자의 이 지적은 그렇지 않은 수많은 베이비부머와 MZ 세대들에게는 일부를 부풀린 편향된 지기주장이라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이는 시민 사회에서 일반적 받아들여지는 작금의 세태이기도 하다.

이렇게 된 데는 베이비부머들의 자식에 대한 과대한 기대, 즉 자신의 계층 욕구불만을 자식의 성공으로 보상받으려는 데 있었다. 이 많은 베이비부머들을 MZ들이 노인으로 대접하고 부양 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들의 귀책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때가 됐다. 무슨 얘기냐? 노인 무임승차권을 폐지한다고 분노할 일이 아니다. 노인으로서의 권리를 일부 포기하고 현역으로서 99세까지 팔팔하게 일하다가 2~3일 안에 갈 각오를 다져야한다. 일자리가 어디 있느냐구? 맘만 먹으면 널려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은 그래서 새롭게 환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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