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진 하나은행 천안두정금융센터 VIP PB팀장

어느 모임에서 지인에게 재미있는 애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십여년 전 정보통신 관련 연수를 갔다가 비트코인이 담긴 USB를 증정품으로 받았었다는 것이었다. 연수자들에게 앞으로는 비트코인이 결제 수단의 하나로 사용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들 똑같은 반응이었다. "그래서? 그 USB는 어떻게 되었어? 지금도 가지고 있는 거야?" ‘1만 비트코인만 가지고 있어도 얼마야’하는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인이 말했다. "아니, 비트코인은 삭제하고, USB만 사용하다가 그것도 잃어버렸어" 내 것도 아닌데 아쉬움 가득한 사람들의 표정에서, 십여년 사이의 시간에 비트코인의 위상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알 수 있었다.

USB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던, 비트코인이 ETF 승인이 난지 벌써 4주가 되어간다.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ETF로의 편입으로 제도권으로 들어온 가상자산에 대한 누군가의 우려와 누군가의 기대를 보니, 흔들리기 쉬운 시장에서 정확히 알고 투자해야 하는 염려가 생긴다.

비트코인은 P2P(Peer to Peer) 기반의 암호화폐 종류의 하나로, 정부나 중앙은행의 개입이나 보증 없이 정해진 최대 발행량 안에서 발행되며, 결제나 거래 관련 시스템 안에서 화폐처럼 사용 가능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발행 초기에는 정부가 발행하거나 보증하는 화폐처럼 발행주체가 없는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시장의 많은 우려와 논란이 있었지만, 이름표를 붙이가 어려운 자금들과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수요자들의 니즈가 만나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시장이 탄생했다.

그럼, 비트코인을 제도권내로 들여왔다고 칭해지는 ETF는 무엇일까, ETF(Exchange Traded Fund)는 인덱스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금융상품이다. 국내 상장된 주식이나 해외 상장 주식 등도 ETF에 담겨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ETF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KOSPI, S&P 등의 주가지수나 삼성전자, 현대차, 엔비디아, 테슬라 같은 주식 뿐 아니라 금, 원유, 통화, 옥수수, 각종 원자재 등 다양한 상품을 담을 수 있다. 이번에 암호화폐가 ETF 승인 받았다는 것은 수많은 ETF의 종류 중 하나가 된 것이지, 앞으로 암호화폐가 무작정 현금을 대체하는 결제수단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못된 작은 정보만으로도 쉽게 두려움을 느끼고 흔들린다. 모쪼록 투자자산이 하나 더 늘었으니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본인만의 투자원칙을 잘 세우고 선택해서 슬기로운 투자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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