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길(1943~ )

아이클릭아트 제공. 
아이클릭아트 제공. 

나무는 하느님 계신
먼 하늘을 알고 있다
말 대신 잎을 피워
기도의 손짓을 하고
꽃 피워 하느님 전에
헌화를 올려 드린다

나무는 하느님 계신
먼 푸름을 알고 있다
기도의 메시지로
온 이파리 태운 뒤에
훌, 훌, 훌, 하느님 전에
빈 몸뚱이 보여 드린다

나무는 하느님 계신
그 하늘을 믿고 있다
눈보라 설한풍 속에
기도 소리 날려 보내고
나이테 한 금 서약을
제 몸속에 새겨 드린다

어쩌면 나무는 성자가 몸을 바꾸어 우리 곁에 와 머무는 것인지 모른다. 그의 눈매, 그의 어깨, 그의 손짓을 보면 우리는 언제나 평안을 얻고 있지 않은가. 우람한 나무를 올려다보면 우리는 그의 어깨에 우리 작은 몸뚱이 올려놓고 잠시라도 쉬고 싶다. 그의 인격에 우리는 고개 숙이기도 한다. 매년 사계절을 두고 벌이는 나무의 파노라마는 우리 생의 완결한 축소판 아닌가. 우리 생이 일생을 통해 한 번 경험하는 것을, 나무는 발생 성장 소멸이라는 흐름으로 해마다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그 행적을 나무는 제 중심 안에 둥그런 테로 새기며 기록하는 것이다. 그것은 진정한 나무의 기도라 하겠다. 그러니 진정 위대한 한 편의 시가 아닌가. 그 상형문자를 해독할 자 누구란 말인가.

시인은 지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이민으로 살면서 시조를 쓰고 있다. 해외 문학의 발전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펼치고 있다. 1982년 미주문협 발기를 주도하고, 1999년 어린이 시조사랑운동을 펼치며 『시조월드』를 발행하였다. 또한 1984년 해바라기 농원을 설립해 영농을 시작하여 멕시코 근교에 국제영농 법인을 설립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하나하나 새겨온 그의 삶은 미주의 시조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되었으니, 그의 삶은 해외 시조라는 큰 나무 속 나이테로 새겨지고 있다. 그렇다. 이제 그 나무들이 말할 차례다. 곧 봄이 오고 있다.

김완하(시인·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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