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민 충남소방본부장

오는 10일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다. 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등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들의 명절이다. 최근 음력설(Lunar new year)과 중국 설(Chinese new year)의 표기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UN은 중국 설이 아닌 음력설을 사용해 휴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음력 설이 국제적인 공식 기념일이 됐다는 점에서 자랑스럽고, 그 어느 때보다 설을 즐겁게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의 입장이라면 가장 사건 사고가 많고 바쁜 시기라는 점에서 다가오는 설이 마냥 반갑지 않다.

지난해 충남 화재 발생건수는 1961건, 구조는 1만 3774건, 구급은 9만 3811건이다. 1일 평균 화재가 5.4건, 구조는 38건, 구급은 257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설 연휴 1일 평균 구조는 12건이 증가한 50건, 구급은 13건이 증가한 270건으로 집계됐다. 평일보다 각각 31.6%와 5.1%가 증가한 수치다. 설 연휴 중에는 차량과 인파가 일시에 몰리고 식사 자리나 모임이 많아지며, 안전에 대한 경각심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1931년 미국의 하인리히는 수많은 안전사고를 분석해 안전사고의 원인과 예방을 위한 ‘도미노 이론’을 발표했다. 도미노 이론이란 안전사고는 대부분 인간의 불안전한 행동에서 발생하며, 이를 제거하거나 회피하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설 연휴 중 벌어지는 불안전한 행동은 대부분 ‘설마’하는 부주의나 안일한 생각 때문에 발생한다. 귀성길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환기와 충분한 휴식을 통해 졸음운전을 피해야 한다. 음주사고나 배탈, 불필요한 다툼 등을 막기 위해서는 지나친 과음이나 과식, 잦은 모임도 피하는 것이 좋다. 난방·조리 기구 등 전기를 사용할 때에는 누전이나 과전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주택화재에 대비해 가정에는 소화기를 비치하고 주택용 화재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최선책이 무엇이고, 차선책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곤 한다. 안전에 있어 최선책은 국민 스스로 안전을 자각하고 준비하며, 사고에 미리 대처하는 것이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119를 부르는 것은 차선책이다.

갑진년 설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최선책은 국민 모두가 각자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 소방은 위험한 상황에서 차선책을 선택하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특별경계근무, 예방점검 등 설 명절 대비 예방대책을 빈틈없이 추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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