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석 대전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지방의료원 70%가 의사 정원 못 채우고 있다고 한다. 지방 병원에서 의사들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 국립대 병원조차 입사 1년 이내 퇴사율이 33%로, 지방 의사 소멸시대다. 의사가 없어서 서울로 원정 진료를 간다. 아프면 묻지마 서울이 되고 있다. ‘당신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은 이에 공공의대 설립이라고 답한다. 출신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를 양성하고, 간호사 인력도 양성하여 지역 공공의대마다 500병상의 부속병원을 지정해 지역의료의 질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청사진을 펼친다.

최근 야당 대표가 피습을 당한 일이 있었다.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주변 사람들이 정치인들이라 말잔치가 요란스럽다. 여당 원로 정치인조차 "삼성병원에 가기 위해 SRT를 타고 전국 각지에서 올라와 셔틀버스 타려고 장사진을 이룬다". ‘야당 대표가 서울에서 치료받는 것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지방 의료 수준부터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 정치인은 한술 더 떠 ‘여러 정황상 잘하는 곳으로 이송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당신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반문한다.

역시 아프면 묻지마 서울이였다. 정치인이건 평범한 국민이건 누구나 다 잘하는 곳에서 치료받고 싶어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말을 듣고 마리 앙투아네트의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지"라는 말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방 의료 소멸, 서울만 모르고 특권층만 모르고 있다는 실감 때문이다. 지난 2004년 KTX 개통 이후, 주변에 좋은 병원이 있어도 사람들은 서울 빅 5 병원으로 달려간다. 엄청난 흑자의 빅 5 병원은 수도권에 대규모 분원을 설치를 예고 하면서 의사, 간호사까지 다 빨아들일 태세다. 모든 환자 수도권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다시 한번 물어보자! 공공의대를 설립하자는 시민운동가, 지방 의료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정치인, 당신 가족이 아플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환자 수도권 전성시대인데, 물어보나 마나다. 그들의 말은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어떤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앙시앙 레짐 (프랑스 혁명 이전 제도, 구질서)적인 관점에서 말을 할 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와 같은 세상 물정 모르는 탁상공론이다. 다산 정약용은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형 정약전에게 ‘고기가 없으면 개고기를 드시라’고 실언을 했다. 알아야 한다. 연구를 해야 한다. 그곳에서 앙시앙 레짐이 깨질 것이다. 왜곡된 의료 인프라의 해결책은 주장이 아닌 의료 시스템 연구에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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