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래 유성구청장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모두에게 균등하게 온 것은 아니다."

미국의 공상과학(SF) 소설가 윌리엄 깁슨이 남긴 말이다. 인용하는 글마다 조금씩 해석이 다르지만, 누군가는 이미 미래 기술의 혜택을 받는데 또 누군가는 아직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는 사실 가상세계에 살고 있다"는 말은 SF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대사가 아니다.

글로벌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 제목이다. 이 보고서가 나온 게 2016년이니 벌써 8년 전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첨단기술이 세상을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을 파격적인 제목으로 표현한 것이다.

과연 그런 세상은 온 것일까.

지난 1월 유성구 직원으로 구성된 국외 연수단 6명과 함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를 참관했다.

그곳에서 찾은 답은 ‘그렇다’였다.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답게 현재의 첨단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윌리엄 깁슨이 했던 말과 메릴린치 보고서의 제목을 체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 SF 소설과 영화에서 그려진 미래 기술과 세상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미래는 이미 와 있었다. 우리가 일상의 상당 시간을 가상세계에서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시관을 둘러보며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CES 2024를 참관하며 놀란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AI 기술의 확산이었다. ‘AI로 시작해 AI로 끝났다’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단연 AI였다. 모빌리티, 스마트홈, 헬스케어는 물론 지속가능한 도시, 사회 안전과 안보 등 AI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필자를 비롯한 유성구 연수단은 이런 감탄사를 연발했다. "AI가 벌써 이 정도였어?"

둘째는 대전, 특히 유성구 소재 스타트업의 약진이었다. 올해 처음 문을 연 대전관 참가 기업 20개 가운데 17개, 대학교 연계 참가기업 10개 가운데 6개가 유성구 소재 업체였다. 우수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귀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부터 마음이 조급해졌다. 현장에서 목격한 첨단 기술과 시대의 변화를 유성구가 꿈꾸는 글로벌 혁신도시에 접목하고 싶어서였다. 유성구 소재 스타트업의 도전과 함께 하고, 그들의 꿈을 실현하는 터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유성구가 올해 주요 구정목표로 삼고 있는 창업, 마을, 돌봄, 문화 등 4대 혁신에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기 위해 1월 확대간부회의는 국외 연수에 참여한 직원의 CES 참관기 프리젠테이션으로 대신했다. 1월 30일부터 3일간 부서별로 진행된 2024년 주요업무계획 보고회에서도 필자의 의지와 희망을 전달했다.

글로벌 AI 반도체 최강자인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2020년 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미래 20년은 공상과학과 다를 게 없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 미래가 모두에게 균등하지 않다면 유성구는 낙오자가 아니라 선도자가 되고 싶다. 2024년은 그 준비를 서두르는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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