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다(1992~ )

아이클릭아트 제공.
아이클릭아트 제공.

네가 열어두고 간 창문으로 눈 내리는 장면을 본다 어떤 남자와 여자가 서 있고 다투는 소리를 듣는다
창가엔 어떤 발자국도 남아있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친근한 곳에서 가끔 위험한 곳에서
먹고 자고 만나는 일들이 떠오르고

창밖으로
사람이 지나간다 사람이 지나가고 사람이 멈춘다 멈춘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 사람과 마주친 느낌을 느낀다 너와 마주친 느낌을 느끼는데

가깝고 친근한 곳은 가끔 위험해지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먹고 자고 헤어지는 일들이 이해되기도 하고

눈 쌓인 거리를 걷다가 문득
방안을 기웃거린 이는 내 생활이 어느 장르에 가깝다고 이해했을지

너는 창문을 열고 돌아오지 않았다 네가 닫지 않으니까 내가 계속 두 팔을 벌리고 있다 닫으러 오는 이가 없다

우리에게 모든 것은 1층에서 상영되는 영화다. 오늘은 네가 열어두고 간 창문으로 눈이 내린다. 나는 그것을 창밖으로 내다보고 있다. 어쩌면 네가 열어두고 간 것은 내 마음속 너를 향한 창일지 모른다.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다투는 소리 들린다. 어떤 남자와 어떤 여자. 어쩌면 그들은 서로에게 고함치며 삿대질을 할지 모른다. 한때는 너와 나도 그렇게 싸웠던 순간 있었다. 갑자기 아주 가까운 풍경이 낯선 영화처럼 느껴질 때. 이따금 자막 위로도 스르륵 스르륵 눈이 내린다. 눈송이 사이로 쉬지 않고 사람이 지나간다. 창밖에 멈춘 사람과 나의 눈이 마주친다. 문득, 내가 너와 마주친 느낌을 느낀다.

창가엔 어떤 발자국도 남아 있지 않다. 그때 너로 하여 내겐 새로운 창이 열리고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그러니 그 창은 너만이 닫을 수 있다. 그런데 열려 있는 창안으로 숭숭 바람 들이치고. 네가 돌아오지 않으니 이렇듯 내 마음은 닫혀 있다. 네가 닫지 않으니까 아직 창문은 열려 있고. 네가 닫아주지 않아 나는 계속 두 팔 벌려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닫으러 오는 이가 전혀 없다. 그렇게 1층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슬픈 엔딩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밝은 색상을 배경으로 이어지는 영화지만 흑백처럼 느껴진다. 네가 닫지 않으니까 그 영화는 계속 공전하고 있고. 자막 위로 스륵 스르륵 눈만 내리고 있다.

- 김완하(시인·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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