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연초부터 간병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치매에 걸린 80대 부친을 8년 동안 홀로 간병하던 50대 아들이 부친을 살해하고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간병 살인은 노인 돌봄의 수많은 어려움 중 한 사례일 뿐이다. 공적 돌봄 서비스가 강화되고 있지만 가족의 돌봄 부담은 크게 감소되지 않고, 시설 돌봄 서비스는 열악한 환경과 피간병인의 인권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역으로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의 노동권 침해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외에도 방과 후 아동 돌봄, 중증 장애인 돌봄 등 돌봄 서비스 전반에서 개선돼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돌봄은 궁극적으로 ‘돈’ 문제로 귀결된다. 양질의 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도,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위해서도 재원이 필요하다. 돌봄 관련 재정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노인인구의 양적 증가를 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정부 재정수지가 구조적으로 적자인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재정여건 개선은 중장기적으로도 난망할 것으로 판단된다. 돌봄 인력 수급도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중·고령층 여성인력이 주로 일을 담당해 왔는데, 처우는 열악하고 일은 고되어서 요양보호사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요양보호사 자격 보유자는 150만명인데 실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는 60만명 정도다. 정부가 요양병원의 간병비 급여화 계획을 발표해 요양시설 인력난은 더 심화될 수 있다.

재정 제약과 인력 수급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는 것이 AI 돌봄 로봇이다. 최근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무스는 동작의 정교성 측면에서 인간의 돌봄 노동을 대체할 정도의 수준에 접근했음을 보여줬다. 특히 상용화 가격이 2만 달러 (원화 2700만원) 정도라 하니, 일상적으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돌봄을 로봇에게 맡기는 것이 비정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무성의한 돌봄 받기보다는 고도화된 휴머노이드가 더 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남은 과제는 오차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는 것인데 현재 생성형 AI의 발전 속도를 볼 때 멀지 않은 미래에 돌봄 전문 휴머노이드가 마이카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고령화, 저출생, 1인 가구 증가 등의 트렌드는 노인 돌봄 문제를 통상적 방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임을 가리키고 있다. 현재 반도체, AI, 로봇 등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R&D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이를 노인 돌봄에 집적화하는 융합기술 개발은 우리나라에서 지지부진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노인 돌봄은 인류가 직면한 전세계적 난제다. AI 돌봄 로봇의 선도적 개발은 노인 돌봄의 해결책일 뿐 아니라 경제산업 측면에서도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므로 적극적 관심과 투자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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