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규석 충남테크노파크 원장

얼마 전 미국에서 개최된 소비재 전자전시회(CES)에는 국내기업 800여개 업체가 참여했다.

전시회의 주제는 인공지능(AI)이었다.

이는 현재 우리 산업과 경제 전반에 인공지능 대전환(AX)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2016년 우리는 이세돌의 바둑이 알파고에 패배한 일에 경악했었지만, 이제는 곧 AI가 인간을 돕고 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산업에 적용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중요한 문제가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AI를 적용할 인력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기술과학과 인문학의 결합에 있다고 본다. AI가 본격적으로 발전할수록 인문학의 중요성도 그만큼 더 커진다. 기술과학은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는 반면 인문학은 일자리도 없고, 요즈음 요구되는 자격증과도 거리가 멀고 바로 써먹지도 못하는 것이 취업 현실이다.

그러나 인문학 경시, 기술과학 중시의 이분법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우리의 현실이 되면 안 된다. 스티븐 잡스는 "기술 자체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문학만으로도 미흡하다. 기술은 인문학, 인성과 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론은 핸드폰, 노트북 등으로 구현됐다. 잡스 이전 선구자가 또 있었다. 1933년부터 장장 20년간 하버드 총장을 역임한 제임스 코넌트는 이런 면에서는 이정표를 세운 사람이다. 코넌트는 하버드대의 과학사, 과학철학을 인문학부로 옮겨 교양 교육을 강화했다. 학문, 학부, 단과대학 간 벽을 허물고자 했던 시도가 이미 1940년대부터 시작된 것이다.

오늘날이었다면 인공지능을 산업, 기술인력뿐 아니라 인문계 학생들도 알아야 한다고 보았을 것이다.

코넌트는 법률가, 공무원, 교사, 인문학도 모두 과학에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코난트는 ‘실험과학분야의 하버드 사례사 연구’ 서문에서 과학의 발달은 인간행동과 관계되어 있으며, 실험과학과 과학적 연구의 성장은 조직화된 사회적 행동들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과학, 과학코적 용어를 잘 모른다. 과학적 지식, 평가방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기술했다.

그의 주도 아래 과학사의 기초자료를 정리하고 조사를 담당하는 조교로 토머스 쿤이 들어왔고, 그는 코넌트 총장의 과학사 연구를 10여년 간 뒷받침하면서 어느덧 과학사라는 학문을 개척했다.

토머스 쿤은 과학사를 일반인에게 친근하게 만든 것은 물론이고, 자연과학보다도 인문 사회과학에 충격을 가한 연구서를 ‘과학혁명의 구조’를 펴냈다.

그의 패러다임 이론은 과학의 이론적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오늘날까지 자연과학을 뛰어넘어 인문 사회과학에 더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AI 시대에도 기술과학은 인문학 없이 가치 창출이 어렵다.

인문학적 상상력이 기술발전을 안내하고, 그 상상력이 기술과 결합할 때 바람직한 문명사회가 될 것이다.

학문과 삶의 세계는 기술과 인문사회로 분리되지 않으며, 물과 기름 사이도 아니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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