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인력 줄여가며 전면 확대 했지만
고객 불만사항 1위 ‘챗봇’… 39% 차지
단순 서비스만 가능해 불편함만 커져
은행 “단순·고난도 업무 분리돼 효율적”

상담원. 그래픽=김연아 기자.
상담원. 그래픽=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1.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대전지역 콜센터 인력 감축을 결정, 용역업체 직원 240여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인공지능(AI) 상담을 도입하면서 상담 인력을 많이 둘 필요가 없다는 취지에서다. 당시에는 직원들의 반발로 인해 무산되며 일단락됐다. 그러나 시중은행 전반에는 AI로 서비스를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2. 대전 둔산동의 한 유통업체에 근무하는 A(23·여) 씨는 최근 은행상담을 받고자 ‘챗봇’과 ‘콜봇’ 등 AI상담 기능을 사용하려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했다. 종국에는 상담원과 통화를 하며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결국엔 전화 통화로 이어졌는데 시간만 뺏긴 꼴"이라고 토로했다.

은행들이 대폭 확대 중인 AI상담이 고객들의 불편을 유발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기 없이 상담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상담 인력까지 줄이며 AI상담서비스를 확대 중이지만 현시점에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9일 CRM(고객 관계 관리) 분석기관 세일즈포스에서 발표한 금융 서비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6058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고객들의 불만사항이 가장 많은 분야는 ‘챗봇’(39%)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정보 검색(29%)과 고객 지원(28%), 서비스 개인화(24%) 등에 불만을 느낀 고객이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은행 업무를 볼 때 선호하는 소통방식은 전화와 대면이 각각 54%, 50%를 차지했고 챗봇 상담과 같은 온라인채팅(39%), 문자·SMS(19%) 등이 뒤를 이었다.

사실상 전화·대면을 통한 소통을 고객이 가장 많이 원하고 있는 셈인데 금융권에서는 AI상담이 대폭 확대되며 인력 감축까지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한 온라인상에서의 여론은 긍정적이지 않다.

충청권 맘카페에서는 "AI 때문에 상담원과 연결하려면 한나절", "전화 걸어도 AI만 받는다", "서비스 질을 전혀 고려 안 한다" 등 AI상담을 유도하는 구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콜 센터 상담원 역시 AI가 단순 안내만 가능한 수준이어서 상담원과의 연결을 원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김현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장은 "청년도약계좌 등 새로운 상품이 계속해서 나오는데 AI는 상품 안내 등, 간단한 설명 제공 후 상담원을 연결해주는 것밖에 못 한다"며 "시간도 업무도 이중으로 늘어 불편함이 가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소비자가 (AI상담을) 잘 사용하는지 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며 "AI를 도입하면 정말 좋겠지만 지금의 AI로는 서비스 질이 만족스럽지 않고 대부분 답답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벌써부터 상담원 연결버튼을 숨기고 AI상담을 유도하는 것은 그 순서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은 AI상담을 통해 단순 업무와 고난도 업무를 분리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 맞춤 상담이 가능한 생성형 AI를 도입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단순 상품 안내 정도만 가능한 분석형 AI를 이용하는 중"이라며 "단순 상담은 AI가 처리할 수 있으니까 먼저 안내를 돕고 고난도 상담 단계에 상담원과 연결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조선교 기자·전지원 수습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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