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현(1945~ )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하늘을 닮아 가는 것

청초하게 피어 있는 들꽃에
마음 설레임을 보내고
달빛이 쉬어 가고
새가 둥지 트는 넓은 가슴이 하늘 향하는

외로움, 괴로움, 서러움, 환희
저녁노을과 함께 서랍에 고이 담아 두자
언제 올지 모르는 새벽의 여명이
조용히 문을 두드릴 때까지

그래도
나는 또 다시 나목으로 깨어나
가슴 뛰는 푸른 노래 부르리
솔잎의 향기에 사랑의 전설 새기면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단지 지나간 세월을 쌓는 게 아니다. 그것은 하늘을 닮는다는 것으로 한 차원 승화된 가치로 제시하고 있다. 시인은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외로움과 괴로움, 서러움과 환희 등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인은 또 다시 나목으로 깨어나 가슴 뛰는 푸른 노래 부르겠다고. 솔잎의 향기에 사랑의 전설 새기겠다고. 나이를 먹고 몸은 조금 더 느려지더라도 결국 다시 우뚝 일어나 노래 부르겠다고 힘찬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다. 여기서 진정 어른으로 성숙 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한 살 더 먹게 되는 새해에 새겨볼 의미다.

그는 지금 미국의 시카고 주에 이민으로 살고 있다. 젊은 날 열정을 온통 삶에 들어 바쳐 자녀를 열심히 키우며 낯선 땅 시련 물리쳐 성공적인 삶을 성취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간의 삶을 종합해 시에 담고자 하였다. 이렇게 보면 우리 삶은 단지 경제 활동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물적 기반으로 쌓아 올린 생의 구조 위에 정신 작용으로서의 문학과 예술, 나아가 시적 감성이 함께 할 때 우리 생은 더 풍요롭고 가치 있는 것이라 말하는 것이다.

김완하(시인·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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