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연(1959~ )

낚싯대 하나 들고
제주 바다를 여러 날 거닐었다
수시로 입질이 왔다

질펀히 내려앉은 바위
이름 없이 산 것들 줄지어 낚는다
널뛰는 파도를 품었다 놓느라 울퉁불퉁한데
움푹 팬 가슴엔
햇살과 바람과 눈물이 머물러 있다

허공에 힘껏 줄을 던져
깎아지른 절벽을 낚는다
정을 쪼듯 내리치는 물살에 새겨진 문신
상처가 깊을수록
지느러미의 골이 빛난다

덜컥 입질이 왔다 이번엔 정말 크고 센 놈이다

머리를 하늘로 치켜올리고 기둥처럼 떼로 서 있는 놈
하늘이 같이 끌려 온다
낚싯대가 휘청인다
함께 쉽게 사는 법은 없어서
세로로 그어놓은 금이 햇살에 도드라진다

진정한 낚시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밝은 대낮에도 어느 철학자 등을 밝히고 길을 가며 사람을 찾았다 하였거늘. 여기에는 바위를 낚는 시인이 있다. 줄지어 낚이는 이름 없이 산 것들은 진정한 낚시의 대상이 아니다. 시인은 허공에 힘껏 줄을 던져 깎아지른 절벽을 낚는다 하니 일상을 넘어선 사고의 전환이야말로 진정한 낚시의 시작이 아닌가. 그러니 시를 쓰는 것과 낚시를 하는 것은 참으로 같은 점이 많도다. 시인이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았다면 그것은 바다 전체를 낚은 것이나 진배없다.

그는 물고기를 통해 바다를 낚는 것이다. 바다를 온전히 바다로 되돌려 놓을 때 낚시는 완성된다. 하여 몸에 새겨진 저마다의 사연으로 바다에서 낚은 것을 바다로 돌려보내고 비로소 자유스러워질 때 우리의 낚시는 끝나는 것. 그래서 시인은 당신의 마음에 가닿지 못하는 날이면 여지없이 바위 낚시를 떠나겠다고 공표한다. 진정한 낚시란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다. 그건 마음으로 낚는 것. 영혼으로 포획하는 일이다. 하여 낚싯줄에 하늘이 같이 끌려 올 때. 이윽고 낚싯대는 휘청이며 존재감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이다.

김완하(시인·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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