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충북본사 선임기자

이토록 헌신과 봉사의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을 줄이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지역과 주민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사익과 미래를 포기하고 희생하겠다며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를 선언한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모른다.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알아도 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고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들 중 이번 총선을 통해 헌신과 봉사로 위장된 ‘빙공영사(憑公營私·공적인 일을 빙자해 개인의 이익을 꾀함)’의 야욕을 이루는 이들이 생겨난다. 진실과 허언을 분간하지 못한 채 그들에게 미혹된 유권자들이 자초한 죄책이다. 정치인들 중에서 빙공영사로부터 자유롭다고 당당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국회의원은 민의를 대변하고, 민의를 반영한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 사명이요, 책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정당의 이익만을 좇아 사생결단의 극단적 정치에 예속된 꼭두각시들의 난장(亂場)일 뿐.

이번 총선 정국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없다. 빨간색과 파란색 등으로 대표되는 정당의 깃발 아래 병사(兵士)들만 보인다. 이는 정치인들만의 책임이 아니다. 유권자들이 함께 져야 할 책임이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무엇을 약속하고 무엇을 실천하려 하는지 고민하고 검증하기보다 어느 정당 소속인지만을 판단하고 선택했기 때문이다.

선택의 주권(主權)은 유권자들에게 있으니, 지금의 불신과 갈등과 반목과 대립의 정치를 만든 책임도 유권자들에게 귀속됨은 당연하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선택의 준엄함을 인식, 서약한 헌신과 봉사를 실천할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 가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민의를 대변해 참된 정치를 실현하는 일꾼을 뽑는 선거가, 왜 정권 안정론과 정권심판론에 매몰된 정당 대결이 돼야 하는 지 유권자들 스스로 성찰하고 혁파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라고 교훈한다.

빙공영사의 저질 정치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유권자들이 눈을 뜨고 각성해야 한다.

이번 선거부터라도 정당이 아닌, 사람을 뽑자. 그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개혁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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