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석 대전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세계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특유의 민족성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전 세계인구 0.2%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의 25%가 유대인이며 인구 900만에 불과하지만 현재 9400개가 넘는 스타트업 기업이 활동한다. 경제 대국인 일본이 현재 1만개 정도임을 감안하면 대단히 많은 숫자다. 1년에 3만개의 벤처가 만들어지고 아랍국가지만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천연자원이라고는 사람이 전부인 나라가 혁신과 기술의 창업 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유대인은 머리가 좋아서 혹은 탈무드 훈육을 잘 받고 교육열이 높아서가 아니다. 후츠파 정신이다. 무례, 뻔뻔함, 철면피 따위를 뜻하는 히브리어 낱말로서 용기, 배포, 도전성 따위를 뜻하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도전하고 뻔뻔하리만큼 자기 생각을 당당히 밝히는 특유의 도전 정신으로, 회사에서 회장님에 군대의 선임에 조차 후츠파 한다. 유대인은 수 천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아 살면서 ‘삶에는 미리 정해진 답이 없고 그 상황에 따라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라는 삶의 철학에서 터득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를 가진 민족은 유대인이 아닌 한국이다. 평균 IQ가 106점, 유대인은 94점으로 대한민국보다 12점이 낮다. 후츠파 정신으로 남의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정답을 찾기 위해 평생 공부와 토론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배가시켰고, 그 노력의 대가로 평범한 IQ를 가진 유대인들이 세계 무대에서 슈퍼인재가 된 것이다. 한국의 MZ세대는 이미 후츠파다. 고도성장을 이룩한 상태에서 태어나 언제 어디서나 자신 있게 행동하라고 배웠고, 통제와 억압 대신 ‘나는 나다’를 내세우며 자율성, 독립심을 가진 세대다, 불합리함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한 선진국형 인간이다. 21세기는 네트워크 환경이 발전함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세계, 작거나 사소한 힘이 큰 변화를 이끌어 내는 사회를 뜻하는 ‘미시사회’로 가고 있다. 힘이 아닌 머리가 필요하고 독립적이면서도 팀을 만들고 팀워크 통해 성과를 만드는 능력이 요구된다.

MZ세대에게는 더 큰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유대인의 후츠파, 그넘어 대한민국의 깐부가 필요한 이유다. ‘우리’라는 관계주의를 중요시하는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봐, 해 보기나 했어?" 정주영의 도전 정신과 새마을 운동, 오징어 게임에서 언급한 딱지치기나 구슬치기와 같은 놀이를 할 때 동맹을 맺고 놀이 자산을 함께 공유하는 친한 친구인 나온 ‘깐부’가 절실하다. 미증유의 삼각파도가 몰려온다는 2024년 청룡의 새해다. 예의를 갖추되 ‘어디에서나 자신 있게 행동한다’는 대한민국의 도전 정신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깐부의 갑진년을 그려 본다. 이것은 선천적인 지능을 가진 우리의 MZ세대를 후천적으로 볶아내 세상에서 압도적으로 열매를 맺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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