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래 유성구청장

스페이스X가 지난해 11월 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 시험비행에 실패했다.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우주기업으로, 스타십 실패는 두 번째다. 스타십은 인류 역사상 최강·최대의 우주선이다. 달과 화성으로 인류의 터전을 넓히겠다는 야심 찬 도전의 상징과도 같다. 외신에 따르면 발사 8분 만에 스스로 폭발했다.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우주선 폭발이 아니다. 그들의 반응이었다. 스페이스X는 "계획보다 빨리 로켓과 분리됐다. 하지만 믿기 어려울 만큼 성공적인 날이었다"고 평가했다. 일론 머스크도 SNS에 "축하한다"라고 적었다. 이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이 그들을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3M의 포스트잇도 혁신의 대명사로 자주 인용된다. 회사 연구원이 새로운 접착제를 개발했는데 접착력이 너무 약했다. 딱히 쓸 데가 없어 창고로 향했다. 이 ‘불량품’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것은 동료 연구원이었다. 책에 종이를 붙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창고에 방치된 접착제를 떠올렸다. 예상은 적중했고 심지어 뗐다가 다시 붙일 수도 있었다. 다이슨이 사이클론 진공청소기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만든 시제품은 4년간 5126개에 달한다. 도전은 CEO 제임스 다이슨이 던진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일상에서 누구나 사용하는데 왜 지금까지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가?" 이처럼 세계적인 히트 제품들의 배경에는 혁신적 사고와 실천이 있었다.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유성구도 지난 1일 해맞이 행사에 이어 2일 시무식을 열고 희망찬 2024년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구민들,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비상하는 용처럼 힘차게 도약하는 한 해를 만들어 가자는 소망과 다짐의 자리였다. 새해가 시작되면 으레 갖는 자리지만, 올해의 마음은 여느 때와 달랐다. 대내외적인 위기를 돌파해 더 좋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대전환기의 시대적 소명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구민들과의 약속을 충실하게 수행해 민선 8기 전반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숙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다양한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업그레이드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유성구는 올해 구민의 삶과 직결된 4대 분야의 혁신을 구정 운영의 키워드로 삼았다. 창업, 마을, 돌봄, 문화 혁신이다. KAIST와 충남대를 잇는 어은동·궁동에 청년이 모이고 창업이 활성화되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한 사람과 사람을 잇고,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는 마을공동체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이에서 노인까지 소외된 이웃이 없도록 따뜻하고 촘촘한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강화하는 일도 시급하다. 여기에 다 함께 행복한 일상을 누리는 품격 높은 문화도시 조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러한 4대 분야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미래 혁신도시로서의 유성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찰스 다윈은 말했다. "살아남은 종(種)은 가장 강한 종도, 가장 지능이 높은 종도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반응하는 종이다."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은 당위가 아니라 과학이다. 글로벌 혁신 기업만 그런 게 아니다. 지방정부도 그렇다. 2024년, 글로벌 혁신 도시를 향해 달려가는 유성구의 모습을 기대하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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