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별력 확보 위한 문제 ‘전원정답’ 처리해 논란
학교측, 면접고사 과정 오류 인지에도 조치 無
합격 여부 따라 학생·학부모 등 반발 거세질 듯

카이스트 전경. 내부 DB
카이스트 전경. 내부 DB

[충청투데이 조정민·조사무엘 기자] <속보>=카이스트(KAIST) 신입생 선발 면접 출제 오류에 대한 학교 측의 ‘전원정답’ 처리를 놓고 후폭풍이 일고 있다. <지난 7일자 4면 보도>

오는 15일 신입생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있는 만큼 향후 합·불합격 결과에 따라 학생, 학부모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문제가 된 해당 수학문항은 변별력을 높일 목적으로 출제된 터라 전원정답의 파장이 더욱 크다.

전원정답 시 시간이 없어 못 풀었거나, 계산 실수 등으로 오답을 냈어도 일괄 정답 처리가 된다.

여기에 이번 시험은 수학, 과학, 영어 세 과목의 모든 문제를 1시간 내로 풀고 면접에 참여하는 형태였기에 상대적으로 오류 문제에 시간 할애를 많이 한 학생이나 다른 각을 대입해 어떻게든 문제를 풀고자 노력한 학생 입장에선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수학 오류 문제로 인해 과학, 영어 과목에서 집중이 깨지거나 시간이 촉박해 문제를 풀지 못한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번 사후 조치를 두고 카이스트 재학생들도 학교 측의 안일한 대처였다는데 비판의식을 같이 했다.

구술 평가 특성상 두 가지 버전의 답을 제시한 학생들의 경우 창의성, 사고력 측면에서 더 뛰어난 답으로 인정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박강태(23) 씨는 “직각으로 두고 푸는 게 일반적이겠지만 카이스트라면 창의성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반대로 다른 각도도 가정하고 풀 수 있을 것”이라며 “문제에 대한 소요 시간이나 집중도가 더 높았을 텐데 일괄 정답처리를 한다면 고민한 학생들만 불쌍한 꼴”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논란이 된 문제는 당연하게 직각으로 두고 푼 학생들이 있는 반면 임의의 각을 가정하고 문제를 풀어 두 가지 버전의 답을 제시한 학생들도 있었다.

카이스트 측 역시 이 같은 학생들의 답변을 통해 문제 오류를 최초로 인지했다.

통상 면접고사의 경우, 일정 인원의 시험 후 면접관끼리 약식회의를 통해 애매하거나 논란이 되는 답변에 대한 협의를 거쳐 채점 기준을 조정한다.

하지만 카이스트는 면접고사 중 문제 오류를 인지했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면접고사를 끝까지 강행했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특목고 입학고사에서도 면접 중간 협의, 회의시간은 꼭 확보해둔다. 말 그대로 구술 면접이기에 답변에도 다양한 케이스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며 “카이스트 역시 면접고사 과정에서 회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했다면 더 나은, 다양한 대안을 고민하고 결정할 시간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에 카이스트 측은 “정답이 정해져있고 풀이 과정 역시 명확할 수밖에 없는 수학문제라 부분점수를 부여하긴 어렵다”며 “해당 문제 오류를 인지하고 입학처장, 출제위원, 면접관 등이 회의를 통해 형평성을 고려해 전원 정답이 최선이라 보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6일 카이스트는 신입생 선발 면접에서 수학 문제 2문항 중 1문항의 그림 ‘각 BA0A₁’에 직각이라는 표기가 빠져 오류임을 인정하고 전원 정답 처리한 바 있다.

조정민·조사무엘 수습기자 jeongmi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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