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석 대전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우리는 모두 변신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도 단군 신화의 환웅도 변화무쌍한 변신을 보여준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를 부르짖는 성리학의 도, 현대인이 화장하고, 성형 수술을 하는 것도 변신의 기대감이다.

‘변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현대 심리학에서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라는 다중 자아로 해석한다. 좌우뇌가 있기에 인간은 최소 2개 이상의 다중 자아가 존재한다.

성숙함에 따라 이를 연결하는 뇌량의 발달로 좌우뇌의 자아는 통합되고 조율되면서 한 인격체로 성장한다. 이런 성장이 불충분하면 밖에선 호인 집에선 독불장군이 되기도 하지만, 지킬 박사와 하이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벌레로 표현 되기도 한다. 물론 건강한 다중 자아는 본케와 부케의 멀티 페르소나를 발휘하는 힘이 된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조0화롭게 성숙시켜 ‘홀로 있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되는 단계’를 성리학에서 신독(愼獨)이라 한다. 서당에 들어가 과를 통해 15세까지 신독을 익혀야 했고, 이황에서 정약용, 도산 안창호가 좌우명으로 삼을 정도로 성리학의 필수 덕목이었다. 21세기 K-pop 연습생도 신독 교육을 받는다. 카메라 앞에서 할 수 없는 언행은 카메라가 없는 장소에서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조심할 필요가 없는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주희의 신독이 절제와 삼가라면, 우리 시대의 신독은 타고난 감정들을 잘 다스려서 멀티 페르소나 삶에서 요즘 말로 스웨그 있고, 즐겁게 몰입해 들어가는 것이다.

지금은 모든 것이 노출된 사회다. 어디에나 CCTV가 있고, 모든 언행이 SNS에 기록되며, 대화 내용까지도 디지털 세상에 남는다. 혼밥 등 이른바 ‘혼○문화’가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오히려 도도한 현상이기도 하다. 이런 문화에서 살아가야 할 우리들의 필수 덕목은 무엇일까? 홀로 있을 때 진심인 신독일 것이다. 식당을 차려 홍보를 해도 음식에 진심이 아니면 곧바로 디지털 소문이 퍼진다. 학교 선생님도, 병원도, 회사도 자기 직분에 진심이 아니면 롱런이 어렵다. 어차피 살아야 할 21세기라면 안과 밖이 같은 신독을 좌우명 삼아, 진심인 사람, 훌륭한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MZ세대는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할까? 아마 갓생을 한다고 할 것이며, 외국어 공부를 하기도 하고, 취미 생활, 운동을 한다고 할 것이다. 신독이 어렵다고 하지만 2030 MZ세대는 이미 신독의 환경에서 본케와 부케를 넘나들면서 살고 있다. 그러면 기성세대는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는가? 여기에 100세 삶을 살아야 할 답이 있을 것이다. 건강에 진심, 가치관의 진심, 거짓 없는 삶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