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 ETRI 홍보실 행정원

국가 경제에서 기술창업의 비중이 차지하는 바는 엄청나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인프라를 만들고 건설을 하고 고용을 창출하더라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가 기술창업에 목을 매는 이유는 결국 국가 경제의 또 다른 도약을 위해서다. 지난달 말 연구원에서는 아주 뜻깊은 행사가 개최됐다. 바로 연구원 ‘창업기업 패밀리데이’ 행사다. 필자는 본 행사를 단순히 ‘연구원을 통해 창업한 기업들이 모이는 행사’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행사 당일, 현장에 있으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패밀리데이에 참석한 50여 개의 창업기업 대표와 임직원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창업기업 대표들의 1분 스피치 시간에는 의미 있는 말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이미 창업한 지 10년이 넘은 1호 창업기업 대표는 후배 기업의 어려움을 듣고 현실적인 도움이 되고 싶어서 패밀리데이 행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창업기업들의 큰 형님으로서 창업기업들을 각각의 다른 기업으로 보는 게 아니라 한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TRI에서 30년간 근무한 후 이제 막 창업했다는 한 대표는 자신을 막내라고 칭하며 많이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가 연구원에 근무할 때는 누구보다 대선배였을 것이다. 연구원을 ‘친정’으로 표현한 대표들도 있었다.

필자 연구원의 사업화본부가 하는 일을 보면, 이들이 왜 연구원을 ‘친정’이라고 표현했는지 이해된다. 본부는 창업기업을 위해 예비 창업 단계에서부터 창업 이후까지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창업에 필요한 세무, 노무, 인사, 회계 등 각종 기초적인 행정적 교육을 제공하고, 연구인력을 창업기업에 파견한다. 이들은 기업의 애로사항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부모가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처럼 연구원이 창업기업의 탄생과 성장에 인큐베이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ETRI가 연구원 창업기업의 ‘친정’일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연구원이 새로운 창업기업을 꾸준히 배출해내고 기존 창업기업들의 더 큰 성장을 도모하려면 기존 창업지원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현재 지원하는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보완할 점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원 창업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그들이 제일 잘 알고, 그 정답 역시 그들이 가지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이번 창업기업 패밀리데이와 같은 소통의 자리가 많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 창업기업 대표의 1분 스피치가 기억에 남는다. 그 대표는 창업하고자 했으나 알면 알수록 만만치 않아 창업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렇게 마음먹은 날 밤, 대표는 잠을 이루지 못하며 "나의 지식과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사람들이 더 편하게 살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다시 창업하기로 마음을 먹어 창업해냈고 지금 그는 어엿한 창업기업 대표가 되었다. 필자는 그의 말을 듣고 ‘열정’이라는 단어가 바로 떠올랐다. 창업기업 패밀리데이에서 느낄 수 있었던 창업기업 대표와 임직원들의 열정이 사그라지지 않도록 창업기업에 대한 연구원의 든든한 지원과 더 나은 지원을 위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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