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준 세종시 자치행정국장

가랑비가 내리는 토요일 이른 아침, 이장이 내어놓은 차를 가운데 놓고 여럿이 마을회관 정자에 둘러앉았다. 동구 밖 당산나무 이야기, 유학을 떠난 손자 이야기가 오갔다. 전날 밤 입씨름을 벌였던 마을현안 대신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는 동안 모든 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네 번째 ‘시장과 함께하는 1박 2일’이 감사와 웃음으로 마무리되었다.

3년 이상 이어진 코로나19로 마스크와 비대면이 일상화되는 동안 나와 너의 거리는 멀어졌고 지역공동체는 약화됐다. 세종시는 주민 간, 주민과 행정 간 연결고리를 되살리기 위하여 ‘시장과 함께하는 1박 2일’을 추진하고 있다. 말 그대로 시장이 마을을 찾아가 하룻밤을 자면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행사다. 어떠한 대본도 없이 진행하다 보니 투박하긴 하지만 진솔한 이야기가 밤늦게까지 꽃을 피운다. 

첫 번째 1박 2일 행사는 겨울의 끝 무렵인 2월말 부강면에 있는 마을에서 진행됐다. 50여 년 전 한센인들이 정착해 돼지 사육으로 생계를 이어온 마을이다. 지금은 축사가 노후되어 인근 주민들은 물론 마을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곳에서 첫 행사가 시작된 것은 ‘가장 소외된 마을을 찾아가 그분들의 고충을 듣고, 진심을 담아 얘기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지금까지 여덟 번의 1박 2일을 돌아보면 바로 해결이 가능한 이야기, 제도적인 검토로 시간이 걸리는 이야기, 때로는 해결이 어려워 언성이 높아지고 긴장감이 흐르는 이야기도 있었다. 오랜 세월 불편을 감수해온 주민들에게 즉각적인 해결이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혹자는 ‘한정된 시간에 얼마나 많은 공감이 있을 수 있나’, ‘시청에서 하면 되지 굳이 마을회관에서 잠까지 잘 필요가 있나’하는 의심의 눈길도 있었다. 그러나 소통을 단순히 문제해결의 수단으로만 바라본다면 결국은 성과에 집착하는 기계적인 대화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소통은 마음을 전하는 동시에 마음을 얻는 과정이다. 소통에는 ‘공감’과 ‘배려’가 함께 따라야 한다. 상대방의 말을 많이 들음으로써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문제해결이라는 열매가 더욱 풍성해지고 대화의 장에 밑거름이 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법륜스님은 "소통이란 말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통의 가장 큰 핵심은 들어주기"라고 말했다. 스님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생활하면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내가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과 상대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소통은 상대의 말을 잘 듣고 그를 이해하는 ‘이청득심(耳聽得心)’의 과정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귀를 기울여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앞으로도 ‘소통은 곧 이청득심’이라는 한결같음으로 계속 진행될 ‘시장과 함께하는 1박 2일’에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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