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배 청운대학교 공연기획경영학과 교수

눈부신 인류 문명의 진보에 이바지하며 산업과 과학 기술의 발전을 촉진한 세계박람회(EXPO). 우리나라는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예상과 달리 전체 회원국 165개국 중,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119표, 부산 29표라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탈락했다.

500여 일간 182개국을 민·관이 합심해 밤낮으로 언론과 미디어에서 홍보한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사우디아라비아보다 1년 늦게 유치 활동을 시작했고, 사우디는 종교와 지역적인 연대를 바탕으로 왕권 강화를 목적으로 석유 자본(Oil Money)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라는 구차한 핑계도 나온다. 알고 시작한 것인데 결과론적이지만 참 궁색하다.

유치 실패의 원인을 정작 석유 자본으로만 탓하기에는 그동안 공들여 준비한 것이 너무 아쉽다.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툴툴 털고 다시 일어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우리 민족성으로 볼 때도 무엇인지 개운치 않다. 문득 혹시 우리 내부 시스템에 문제는 없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몽상(夢想)이 들었다. 세계 각국 인프라 네트워크와 정부와 기업의 합작으로 부산의 경쟁력을 보여주었는데도 압도적인 차이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먼저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크람 말호트라(매킨지)가 말한 방향성 설정이 잘 되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방향성에 따른 비전이 적절하지 않으면 다른 것을 아무리 잘해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큰 행사 개최에 맞는 법 제도, 즉 세계박람회 유치 특별법 준비의 필요성이다. 예를 들어 예산 확보와 합법적 로비(lobby)가 법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석유 자본을 쏟아부은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말이다.

우리나라는 참여한 선지자(先知者)들이 적극적 역할을 했을 때 행여 법적 문제가 발생할 염려 탓에 마지못해 형식적인 참여만 할 수 있어 법 제도 아래 진정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가벼운 일이 아닐 수 있고, 민감한 사항일 수도 있지만 이런 부분들에 대한 소소한 점검을 이번 기회에 합리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번 유치 실패를 경험 삼아 2035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에 또다시 도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세계박람회는 각 국가와 도시들의 치열한 유치경쟁 속에서 꾸준히 개최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류 공통의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교류하는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우리도 세계박람회 개최를 재정비해 인류공영에 기여할만한 적절한 주제를 선정해 모두가 공감할 새로운 사회와 질서, 첨단시스템의 체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세계인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을지 미래 세상의 희망을 밝히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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