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본 한국교통대 스포츠산업학전공 교수

뜨거웠던 2023년 프로야구는 LG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토록 기다렸던 LG 팬들의 기다림도 29년 만에 종식되었다. 우승에 목마른 다른 팬들의 기다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희망 고문에도 경기장을 찾는 팬들을 볼 때는 언제나 인간적인 감동과 위대함을 느낀다. 프로스포츠에서 팬의 존재는 늘 그래왔다. 위대한 팬은 또 다른 위대한 기록을 남겼다. 2020년 코로나의 영향으로 32만명에 불과했던 프로야구 관중이 올해는 역대 세 번째로 많은 810만명이나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관람스포츠의 인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각종 판정과 관련된 시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시비는 중계 기술이 발전하고, 소비자인 팬 스스로가 재생 가능한 매체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심과 관련된 이슈는 심판에 대한 불신을 넘어 경기를 외면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특히 프로야구에 있어서 그동안 비디오판독 대상이 아닌 ‘볼과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시비는 경기의 흐름을 끊거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면서 많은 논란이 되어 왔다.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확대되면서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낡은 인식은 여론의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급기야 KBO는 내년부터 로봇 심판시스템(ABS) 도입을 전격 선언했다. 대체로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오심에 따른 심판과 선수, 지도자, 팬들 간의 해묵은 갈등이 해소될 수 있고, 경기의 흐름이 원활해지면서 선수들의 집중도와 팬들의 만족도가 커진다는 이유이다.

물론 전통적인 관점에서 스포츠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심판 고유의 영역이 줄어들면서 표출되는 각종 시행착오가 오히려 재미를 반감할 수도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프로야구의 열기에 ‘독’이 될지 ‘돈’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처럼 로봇 심판시스템의 파격적 도입에 따른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인간의 몸과 인식의 체계로 진행되는 스포츠 현장에서조차 기계에 대한 의존이 확대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하고,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요즘 경제도 어렵고 정치도 위기의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위기 극복의 방법으로 인공지능(AI)을 투입하여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아마도 과거 존재하던 세상과 다른 세상에서 우리는 숨막히게 살아갈 수도 있다.

정해준 답이 있다고 해서 항상 옳은 결과만을 도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막연한 상상이지만 좋은 대안도 아니고 설득력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마켓 5.0에서 말하는 ‘휴머니티로의 회귀’가 정답일까? 숙제만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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