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내년 4월 10일 치르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예비주자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들이 낸 책은 주로 자서전이나 자신의 의정 활동을 담은 것이 대부분이다 보니 흥미롭거나 소장가치가 있는 베스트셀러는 아니다. 정치인 출판 기념회는 모금액 한도가 없으며 모금액을 공개할 의무도 없다. 정가보다 많은 돈을 받아도 문제가 없다. 그래서 이것이 정치인들의 후원금 우회로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2014년 선관위가 정가 판매, 모금액 선관위 신고 등의 관련 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냈지만, 이후 법 개정은 없었다.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일 게다.

출판기념회는 사전적 의미로 ‘저작물이 처음 출판됐을 때에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베푸는 모임’이라고 돼 있다.

그러나 요즘 정치인들이 여는 출판기념회는 사전적 뜻 이외에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개인 홍보의 의미를 들 수 있다. 거금을 들여 출판기념회를 여는 첫 번째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리는 홍보를 통해 대중적 인지도와 함께 정치적 입지를 넓히려는 목적이 있다.

정치신인이나 지난 선거에서 낙선하여 재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유용하게 이용된다.

둘째, 선거출정식의 의미가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닌 개인 출판기념회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참석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 아니다. 정치적인 세(勢) 과시라고 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 이미 내년 총선은 시작됐고, 이러한 행사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출마의 의지를 밖으로 확실하게 표명하는 것이다. 셋째, 합법적인 정치후원금 모금의 의미가 있다. 요즘 선거법이 워낙 엄하게 적용되다 보니 선거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책을 팔아서 얼마나 많은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 시점에선 가장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이기에 출마를 꿈꾸는 예비후보자들이 자주 이용한다. 넷째, 지적이미지 각인의 의미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지적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다.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정치인으로서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책을 통해 벗어버리고픈 심정과 실천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게다. 그러나 이런 출판기념회가 꼭 당사자들에게 득이 되는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같은 기간에 열리는 행사는 책 내용의 질, 판매 부수, 참여인원, 참여인사들의 중량감, 언론의 관심도 등의 평가가 반드시 뒤따르기 때문이다. 벌써 언론에선 예민하게 반응하여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이렇듯 오히려 이것을 하지 않느니만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현명하게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한창이다.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이 개운치 않은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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