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만(1949~ )

물수제비를 뜨려고
동글납작한 돌멩이 하나 집어 들었다

돌멩이에서 미세한 온기가 느껴졌다

살아있는 돌인가, 생각하는 찰라
돌의 떨림이 전해졌다

말 못하는,
이 작은 돌멩이도 익사의 두려움을 아는지

그래, 죄 없는 돌이었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맞아죽는 건
개구리만이 아니었다
돌멩이도 수장되는 일이었다

담방담방, 물수제비뜨는 소리만 마음속으로 남겨두고
우는 돌을 주머니에 넣었다

자비의 언어가 둥글둥글했다

어린 날 우리는 강가나 냇가에 나가 돌멩이를 주워서 던지곤 했다. 물 위를 달려가며 돌멩이가 발자국을 남기면 그 숫자를 헤아리며 서로의 능력을 뽐내곤 하였다. 우리는 늘 이쪽에서 저쪽으로 미끄러져 가는 돌멩이를 보며 환호성을 올리고 박수를 치다가 고무신을 물에 씻고 돌아오곤 하였다. 그때 물 위를 달려가던 돌멩이가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면서 우리에게 손짓한다는 걸 알기나 했던가. 익사 직전의 돌멩이가 우리에게 보내던 그 간절한 외침을 상상이나 했었던가. 그 돌멩이의 슬픔으로 강물이 더 깊어졌다는 것도 모르는 채로.

여기 한 시인은 돌멩이에게 미세한 온기를 느끼고 있다. 또 그 돌이 전해주는 깊은 떨림도 깨닫는 것이다. 이렇듯이 시인은 모든 사물에게서 생명의 온기를 느끼고 그것이 감싸 안은 어둠과 시간의 깊이를 새겨야만 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장난으로 던지는 돌멩이에 맞아 죽는 건 개구리만이 아니다. 시인은 손안의 작은 돌멩이의 떨림 속에서 익사의 두려움을 깨닫는 것이다. 하여 시인은 비로소 손안의 돌멩이를 주머니에 품어준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담방담방 소리만을 남기는 것이다. 언제나 자비의 언어는 둥글둥글한 것이다.

김완하(시인·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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