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어울리다는 낱말의 핵심은 한데 섞인다는 것으로 섞인다는 말에는 융합과 조화의 뜻이 담겨 있다. 세종시교육청 장애인예술단 이름을 지을 때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이 여러 개 거론되었는데 그중에 결정된 것이 ‘어울림’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섞여 모두가 어울리면서 장애의 문턱을 없애자는 뜻에 많은 사람이 동의했다.

우리교육청이 장애인예술단을 만들어 직접 운영하는 이유는 문화예술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장애인 일자리를 마련하는 취지에서였다.

지난해 3월 지방자치단체 처음으로 장애인예술단을 발족해 연습실 마련, 전문가 지도, 자문단 운영으로 장애의 특성과 소질에 따른 기능습득과 기량향상을 위해 지원했다. 보컬, 피아노. 해금, 오카리나 등으로 구성된 단원들은 하루 4시간씩 주 5일 근무하면서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중이다. 예술단의 주된 활동은 학교와 기관 행사에 참여하는 공연이다.

지난해에는 세종시 관내 22개 학교를 찾아갔고 올해는 30여 회에 걸쳐 무대에 섰다. 이달 초에는 국내를 넘어 일본 도쿄에 진출해 동경한국학교 학생들과 일본 교민들에게 가창, 피아노 연주, 협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어울림의 활동은 여러 자치단체의 모범사례로 꼽혔다. 지난 봄 제주도의회에서는 제주교육청이 추진하는 장애인예술단 설립과 관련해 우리교육청 사례가 영상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예술단 활동을 본 도교육감과 도의원들이 눈시울을 적시며 말을 잇지 못한 게 보도되기도 했다. 또한 어울림의 활동은 2023년 교육분야 정부혁신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공연을 중심으로 하는 예술단체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게 정기공연이다. 장애인예술단‘어울림’이 창단 후 첫 정기공연을 갖는다. 11월 28일 세종예술의전당 공연을 앞두고 교육감으로서 가슴이 설레고 감회가 새롭다. 장애인들이 무대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고 시작한 일이 정기공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단원들의 노력과 많은 사람들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누구에게나 장애는 찾아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장애를 혼자만의 문제나 각 가정의 문제로 가두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손을 내밀어 잡아주고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는 일은 지역사회·자치단체·국가가 함께 나서야 한다.

정기공연 무대에 서는 장애인예술단 ‘어울림’의 연주와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들려주는 화음은 우리의 가슴에 전하는 울림이며, 함께 어울리는 공존의 희망이다. 또한 어렵고 힘든 모두에게 손을 내밀라는 신호일지 모른다. 공연을 경청하는 우리의 첫 번째 자세는 편견을 내려놓고 마음을 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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