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지방의료원은 의사가 부족해 진료가 제한되고, 지역 간 의료격차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고 있다. 충남의 경우 전체 292개 읍면동 중 137곳에는 민간 병의원(치과, 한의과 제외)이 없는 상태다. 농어촌 지역 주민은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도 제공받기 어려운 여건이다. 각종 통계와 의료상황은 지역·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정부는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붕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여야 정치권이 각각 지역·필수의료 관련 TF를 발족한 상태다. 전국적으로 의대 입학 증원과 의대 신설 요구가 과열되고 있다. 의대가 없는 지역은 의대가 없어서, 의대가 있는 지역은 국립의대가 없어서 의대 신설을 주장한다. 사립과 국립 의대 모두 있는 지역은 입학 정원을 늘려달라고 한다.

정책목표는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붕괴를 해결하는 것이었는데, 갑자기 의대 증원이 핵심 이슈가 돼 버렸다. 자칫 지역·필수의료 분야 의사 확보는 뒷전으로 가고 의대 정원 배분이 정치적 나눠주기 식으로 전락할 수도 있어 걱정스럽다. 보건복지부가 정책을 디테일하게 추진하지 못한 탓이다. 현재 각 시도별로 부족한 지역·필수의료 분야 의사 수가 얼마인지,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의사 수를 통계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보건복지부가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의대정원 수요조사를 실시했고, 전국의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절차로는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필요한 의사 수를 추정하기 어렵다. 의과대학은 대학경영과 교육여건 중심으로 학생 수용범위를 고려할 뿐 지역에 필요한 의사 인력까지 고려하지는 않는다. 종합병원도 해당 병원에 필요한 의사 인력만 산출할 뿐이다. 보건복지부가 시도에 지역·필수의료 수요조사를 요청했어야 했다. 시도는 지역보건법에 따라 4년마다 지역의 보건의료 수요를 측정하고 의사를 포함한 보건의료 인력 계획을 수립하고 있어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당장 필요한 의사 수와 앞으로 확보돼야 할 의사 규모를 쉽게 산출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의과대학 및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필요한 조사를 실시하면 된다. 지금이라도 보건복지부는 시도를 정책 파트너로 인정하고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장·차관이 시도를 직접 방문해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우아한 회의실에서 초청된 전문가들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는 지역·필수의료 해결 방안을 찾기 어렵다. 가장 먼저 충남도 방문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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