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훈표 ETRI 지능형부품센서연구실 선임연구원

‘현실판 토니 스타크(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발표했다. 전기차의 선도 기업으로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던 테슬라가 로봇 시장으로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렇듯 그동안 공장이나 연구실 수준에서 머물러 있던 로봇 기술들이 본격적으로 현실 세계로 나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서 독자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로봇’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는가?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은 단단한 철제로 이루어진 움직이는 물체를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여전히 대부분의 로봇들은 단단한 몸체를 가진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중요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미래에 로봇들이 집안일을 하고 있는 상상을 해보자. 단단한 로봇들이 움직일 때 실수로 휘두르는 팔에 맞는다면, 부드러운 피부를 가진 사람은 큰 상해를 입을 수 있다. 이는 현재의 로봇 기술이 인간의 삶에 가까이 다가오는데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명체는 모두 부드러운 조직을 가지고 있는데 부드러운 몸체를 가진 로봇은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러한 상상으로 시작된 연구 분야가 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소프트 로봇’ 기술이다.

‘소프트 로봇’은 이름 그대로 유연하고 부드러운 몸체를 가진 로봇을 의미한다. 최근 소재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는 소프트 로봇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한가지 예로 공압을 이용하는 소프트 로봇이 있다.

공압 방식 소프트 로봇은 풍선과 같이 공압에 의해 팽창하는 폴리머를 설계해 원하는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공압 외에도 형상기억합금, 형상기억 폴리머, 전기활성 고분자, 유연 자석 소재 등 매우 다양한 재료 및 구조를 활용하여 소프트 로봇들이 개발되고 있다. 해당 재료들은 공통적으로 유연하고 부드러우며 열이나 전기, 공압, 유압, 자기장 등 다양한 외부 자극에 의해 모양이 변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는 소프트 로봇이 사람과 가까운 곳에서 사용되기에 가장 안전하고 적합한 로봇 기술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다양한 재료 중 형상기억합금을 활용한 소프트 로봇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형상기억합금이란, 상온에서 형상이 변해도 특정 온도로 가열하면 기억된 형상으로 되돌아가는 금속체를 뜻한다. 이러한 형상기억합금을 와이어 형태로 만들면, 인공 근육과 같이 열에 의해 수축 및 팽창하는 액추에이터를 만들 수 있다.

필자는 해당 와이어를 활용해서 부분적으로 모양이 변할 수 있는 필름 액추에이터를 개발했고 현재는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인체에 촉감 자극을 가할 수 있는 박막형 촉감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렇듯 필자가 소프트 로봇 기술을 사람에게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이유 또한 소프트 로봇 기술이 지닌 ‘인간 친화적’ 특성 때문이다.

필자는 우리의 삶에 로봇이 함께하는 미래를 항상 꿈꿔왔고, 현재의 로봇 기술과 인간 사이의 간극을 메꿀 수 있는 핵심 기술이 ‘소프트 로봇’이라고 생각한다. 로봇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며 앞으로도 인간 친화적 ‘소프트 로봇’ 기술개발에 매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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