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영 한서대학교 항공융합학부 교수

윤한영 한서대학교 항공융합학부 교수

고속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종종 차량정체로 약속 시간에 늦거나 아예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강의 시간에 맞춰 고속도로을 이용했는데 한 시간 이상을 지체하게 돼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고 답답했다. 교통안내 전광판에는 공사 구간과 기간을 알려주며 정체가 예상된다는 내용을 표출하고 있었다. 공사가 장기간이라 자주 이용하는 입장이어서 별도 대책을 세워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강의 시간에 늦지 않았지만 강의 중 수강생으로부터 도로가 막혀 지각하게 돼 죄송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동병상련, 사정을 알고 있으니 걱정말고 안전하게 등교하라는 답변을 보냈다.

며칠 뒤 학교 회의가 있어 같은 도로를 이용하는데 갑작스런 차선 도색 작업으로 차량 정체가 발생해 회의에 늦고 말았다. 다른 회의 참석자에게 도로가 막혀 늦겠다는 문자를 보내며 학생에게 받은 문자가 생각났다.

고속도로 공사와 관련해 최근 자료를 보니 2021년 말 기준 우리나라 도로 포장률이 94.8%고 도로 면적도 전 국토의 3.4%를 차지해 세계 최고 수준이란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준공과 더불어 차량 보급 확대로 많은 도로들이 신설돼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최근 이 도로들이 노후화돼 보수 공사가 증가하고 몇 년 후부터는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어서 공사에 따른 예산 부담과 이용자 불편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현재 관련 기관에서 이런 점을 고려해 공사기간 중 도로 통제 방식을 일부 또는 전면 통제로 할지를 검토한다고 한다.

공사비와 공사기간, 안전 등 효율성 측면에서는 전면 통제하고 집중적으로 공사하는 방식이 유리하겠지만 이용자의 불편과 우회도로 정체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현재는 부분 통제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해외(미국·독일 등)에서는 도로공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최소 1주에서 최대 3년까지 전면 통행 제한 방식을 적용하는 경우가 다수 있는데 미국 연방도로청의 효과 분석에 따르면 공기를 63~95%까지 단축했다고 한다. 지난 6월에는 국내에서도 중부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전면통제 방식을 적용해 당초 72일로 예상했던 공기를 5일로 단축하고 예산도 17억원이나 절감했다고 한다.

결국 도로공사의 효율성과 이용자 서비스의 상충(trade?off)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완벽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바쁜 이용자들이 통행료를 지불하고 고속도로를 이용하는데 장시간 지체로 약속이 어긋나고 답답함을 참아야 하는 것은 서비스가 아니다.

이용자 불편을 우려한다면서 획일적으로 부분 통제 방식을 적용해 이용자를 더 불편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따져 봐야 한다. 최신 데이터 분석기법의 활용 등 보다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아 유연한 대책을 세워야 하고 무엇보다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용자에 대한 안내를 보완해야 한다.

도로공사에 대한 사전 안내와 정보가 미흡해 다른 대처방안을 찾기 어렵다. 또한 지체에 따른 대기 시간과 우회도로를 실시간으로 제공해줘야 한다. 대다수 이용자는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침묵하지만 여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많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서비스는 보이지 않는 이용자의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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