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관(1964~ )

밥은 먹었니, 라는 그 물음이 속울음으로
내려앉는 저녁

남은 치킨 살을 뜯고 양파와 당근, 굴 소스 한 스푼
참기름 후추와 함께 깻잎 위에 올린다

화합이 되지 않는 녀석들
그대의 온기 담은 계란 하나

그 마음이
당신을 생각나게 하는 그런 시간을 지나

프라이팬 속
함께 혀야 한다던 엄니는 어딜 가셨나

깻잎전 위에 깻잎

‘밥 먹었니’ 라는 짧은 이 한마디 속에는 말할 수 없이 큰 우주의 울림이 들어 있다. 누구나 다하지 않아도 읽어내야만 할 엄청난 문장이 스미어 있다. 밥 먹었니, 밥은 먹었니, 서너 번만 읊조리다 보면 어머니가 다가오고 우리 배가 불러온다. 이 시를 읽으니 깻잎의 고소한 향이 이내 사방에서 풍겨온다. 푸른 빛을 띤 깻잎에는 무엇을 싸서 먹어도 다 어울리는 맛이다. 그러니 남은 치킨의 살을 뜯어 양파와 당근, 굴 소스 한 스푼과 참기름과 후추를 함께 깻잎 위에 올려놓았겠지. 그러나 깻잎의 그 카리스마에도 그것들은 화합이 되지 않는다. 그것들도 아마 오늘의 우리 정치를 닮았던 게지. 공천권을 준다고 해도 뿔뿔이 흩어질 게 뻔할 뻔 자다. 이내 분당을 하고 새로운 당을 차릴 공산이 크다.

맛의 허전함을 느끼던 차에 프라이팬 속을 들여다보면서 시인은 비로소 엄니 생각을 한다. 그러니 모든 맛의 근원은 엄니였던 것. 이제 엄니가 계시지 않으니 기가 막히던 그 음식 맛도 사라지고 고향도 고향이 아니다. 하여 깻잎전 위에다 깻잎만 자꾸 더하는 것이다. 쯧쯧쯧. 깻잎만 더 한다고 맛이 나기나 하겠는가. 그러니 맛의 고향은 지엄한 우리 엄니인겨.

김완하(시인·시와정신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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