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선 시인·국제PEN한국본부 충북지역위원회 회장

퇴근하면 습관처럼 우편함을 들여다본다. 딱히 기다리는 소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신간 서적을 보내주는 작가들은 얼굴을 마주한 듯 반가움이 앞선다. 하지만 한두 번 안면이 있는 상대가 보내는 축제나 행사의 초대장은 조금 불편할 때도 있다. 참석하려니 다른 일정과 겹치기도 하고, 주말 휴식이 필요한 데 고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지금 전국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축제가 국민을 호객하고 있다.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강력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쟁점이 되는 시기에 문화 예술이 민심을 긍정적인 정서로 이끄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성공한 축제가 얼마나 될까? 내가 생각하는 성공한 축제는 화려한 행사가 끝난 뒷모습에 있다. 쓰레기 대란으로 난장판이 된 경우는 도저히 성공이라는 후한 점수를 줄 수가 없다.

나 역시 문학 단체장으로 행사를 위한 보조금 신청 서류를 들고 여기저기 문을 두드린다. 왜 그리 문학단체가 많냐며 핀잔을 듣는 적도 있다. 수많은 신청자를 상대하는 담당자의 그 말뜻이 이해는 되지만, 자존심 상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예산을 받아야 하는 타당한 이유로 담당자를 설득해 보조금을 받아야 무사히 행사를 치른다.

각 행사의 주체가 정부 기관단체도 있고, 민간 단체도 있다. 어렵게 예산을 받아서 치르는 행사가 끝나고 나면, 뒷마무리도 깔끔해야 하는데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처음 일회용품이 개발되었을 때 우리는 편리함에 열광하고 손뼉을 쳤다. 지구가 쓰레기 무덤이 되는 줄 모르는 어리석음, 바로 앞만 보는 근시안 때문이다.

얼마 전 가까운 괴산에서 고추 축제가 열렸다. 매년 괴산에서 생산되는 고추를 도시인들에게 판매하는 직거래 장터를 겸하는 좋은 취지라 호평을 받고 있다. 올해는 일회용품 없는 축제로 쓰레기를 줄이는 선도적 역할을 하는 축제로 더 호평받았다. 무주 반딧불이 축제는 "3無(바가지요금 없는 축제, 일회용품 없는 축제, 안전사고 없는 축제)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축제 추진위원회와 해당 공무원들이 두 팔 걷고 나섰다. 주민들 역시 반딧불이 서식 환경을 보호하고, 개체 수 증가를 위한 환경보호 활동에 적극 동참하였다. 두 축제 모두 일회용품 구입비용을 다회용기 임대료로 대체하면서 예산도 절약하고, 환경운동에도 동참하고. 축제장을 찾는 주민들에게 환경보호 계몽운동까지 하는 일석삼조의 성공적인 축제를 하였다. 지구를 살리는 일은 나무를 심는 것보다, 일회용품 사용을 중단하는 일이 더 시급한 문제임을 깨닫고 생활화하여야 한다. 전국의 모든 축제가 일회용품 없는 축제가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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